[다시 읽는 삼국지] 조조(曹操) 5
[다시 읽는 삼국지] 조조(曹操)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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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윤 소설가

조조 아버지의 결의형제인 여백사가 조조와 진궁을 위해 술을 구하러 간 사이 두 사람은 오해를 하여 백사의 집안 식솔들을 모조리 죽였다. 두 사람은 달아나다가 중간에서 술을 사서 돌아오는 여백사 노인을 만났다. 조조는 여백사 노인마저 인정사정없이 한 칼로 베어 죽여 버렸다. 진궁은 심한 충격에 빠졌다.

진궁이 불쾌한 말로 조조를 원망하자 그가 대답했다. “차라리 나를 보고 천하의 사람을 저버리라 할지언정, 천하의 사람이 나를 저버리게 할 수는 없소. 다시 말하면 나를 위해 남을 죽일지언정 남이 나를 해롭게 하는 것을 용서할 수는 없단 말씀이오.” 차가운 조조의 말에 진궁은 잠자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밤에 달이 몹시 밝았다. 몇 리쯤을 가다가 두 사람은 객방 문을 두드렸다. 그들은 외양간에 말을 매어 배불리 먹게 한 뒤 자리에 함께 누웠다.

조조는 먼저 잠이 들었으나 진궁은 지난 일을 곰곰이 생각하니 눈이 까칠해서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는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조조를 좋은 사람으로 알고 벼슬까지 버리고 따라왔는데 이제 보니 저 사람은 원래 이리와 같은 한독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이 자를 그대로 세상에 두었다가는 반드시 후환이 있을 것이다.’

진궁은 이쯤에서 칼을 빼어 조조를 죽이려하다가 홀연 다시 생각을 돌렸다. ‘내가 나라를 위하여 저를 쫓아왔던 것인데 이제 와서 그를 죽이면 불의한 사람이 될 뿐이다. 이 자를 버리고 떠나는 것만 못하다.’ 진궁은 이같이 생각한 후에 날이 채 밝기 전에 말고삐를 끌러 타고 고향 동군을 향해 떠나버렸다.

조조가 잠결에 깨어 보니 진궁이 보이지 아니했다. ‘이 사람이 아까 내가 주장하던 말을 듣고 나를 불인하다 생각해 떠나버렸구나. 나도 이곳에서 오래 묵는 것이 좋지 못하니 급히 서둘러야겠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난 조조는 밤을 도와 아버지가 피해 있다는 진류로 향하고 있었다. 진류 땅에 도착한 조조는 아버지 조숭을 찾아서 낙양에서 일어난 일들을 소상히 이야기 한 후에, 일이 이쯤 됐으니 국가가 망하는 꼴을 그대로 차마 볼 수가 없어 집안 재물을 풀어서 의병을 모집하겠다고 했다.

“너의 소견은 좋다마는 우리집 재산이 몇 푼어치나 되느냐? 군자금이 적으면 일이 성사되기 어렵다. 이 근처에 과거를 본 사람으로 위홍이란 사람이 있는데 인물이 걸걸할 뿐만 아니라 집안 형세가 또한 거부이다. 의리를 숭상하고 재물을 잘 쓸 줄 아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 힘을 써서 도와준다면 큰일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조조는 아버지 조숭의 말을 듣고 이튿날 술을 준비하고 좌석을 베푼 뒤에 위홍을 초청했다. 위홍이 혼연히 조조의 집을 찾았다. 조조는 위홍을 맞이해 절을 하고 술을 권한 후에 천천히 소회를 말하였다. “지금 한실(漢室)에 주인이 없고 동탁 혼자 전권을 차지해 인군을 속이고 백성을 해치니 온 천하가 이를 갈고 있습니다. 조조 이 사람이 사직을 붙들어 구하려 하오나 힘이 부족합니다. 공은 충성과 의리를 존중하시는 높은 선비시라 감히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조조의 말에 위홍이 자리를 고쳐 앉으며 대답했다. “나도 그 마음을 가진 지는 오래 되었소만은, 영웅을 만나지 못하여 한이었소이다. 맹덕이 그러한 큰 뜻이 있다면 군자금을 대어 드리오리다.”

조조는 크게 기뻤다. 위홍과 약속하고 헤어진 조조는 황제의 조칙을 만들어 고을마다 보낸 후에 백기에 ‘충의’라는 두 글자를 써서 동리에 세우고 의병을 모집하니 응하는 젊은이들이 마치 소나기가 쏟아지듯 모여들었다.

이름 있는 인물로는 양평의 위국 사람 악진과 산양 거록에 사는 이전이 찾아 왔다. 조조는 그들을 반가이 맞이했다. 조조가 의병을 일으켰다는 소문이 퍼지니 조씨네 일문이 구름 모이듯 모여들었다.

하후돈, 하후연이 군사 천여명을 거느리고 찾아왔다. 하후돈은 하후영의 후손인데 어려서부터 창과 봉을 다루기를 좋아했다. 나이 14세에 스승을 따라 무예를 배웠는데 어느 사람이 스승을 모욕하므로 그를 죽이고 몸을 피하여 외방으로 달아났다가 조조가 의병을 일으켰다는 소문을 듣자 그의 일가와 아우 하후연과 함께 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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