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3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30

“일본 판결, 국내 효력 없어”

대법원 전원합의체 최종 결정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권 인정

유일 생존자 이춘식씨만 방청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최종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이춘식(94)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각 1억원의 위자료와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인정했다.

이번 최종 선고는 지난 2013년 8월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지 5년 2개월 만이며, 처음 소송이 제기된 2005년 2월부터 13년 8개월만이다. 이 소송이 이날로써 끝마치는 동안 소송 당사자 4명 중 3명이 세상을 떠났고, 유일한 생존자 이씨만이 이 판결을 지켜봤다.

재판부는 “일본 법원의 판결이 우리나라 선량한 풍속에 비춰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제철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 원심은 관련 법리에 비춰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또 “이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 식민지배 및 반인도적 불법해위에 대한 청구권”이라면서 “강제동원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들은 지난 1941~1943년에 신일본제철의 전신인 일본제철에 강제징용된 뒤, 고된 노역에 시달렸다. 그러나 일본제철은 이들에게 임금을 한 푼도 주지 않았다. 이후 소련군이 공습하자 공장이 파괴되고, 이어 1945년 일제강점기가 끝나서야 고향에 돌아올 수 있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판결을 위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승소 판결을 받고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던 중 한 고등학생으로부터 배지를 선물받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3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판결을 위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승소 판결을 받고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던 중 한 고등학생으로부터 배지를 선물받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30

이후 고(故) 여운택·신천수씨는 지난 1997년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금과 미지급된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원고 패소했고,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그 판결이 확정됐다. 2년 뒤 2005년 이들은 국내 법원에 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일본 확정판결의 효력이 국내에도 미쳐 모순된 판결을 할 수 없고, 신일본제철이 일본제철과 동일한 회사로 인정되지 않아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2012년 5월 항소심을 뒤집고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며, 신일본제철의 강제노동에 대한 배상책임이 있다고 사건을 파기했다.

일본의 확정판결은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는 대한민국 헌법 핵심 가치와 충돌해 국내에서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않다고 봤다. 또 1965년 맺은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까지 소멸됐다고 볼 수 없으며, 일본제철과 신일본제철의 법적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파기환송 후 항소심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가혹행위를 하고 강제노동을 강요했다”면서 각 1억원씩 총 4억원의 위자료와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에 신일본제철이 재상고하면서 2013년 8월부터 대법원에 사건이 다시 계속돼왔다.

한편 이번 강제징용 소송은 양승태 전(前)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뤄지면서 박근혜정부 청와대의 요구에 맞춰 선고가 의도적으로 지연됐다는 등의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져 관련자가 구속되는 등 큰 논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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