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댓글조작 공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드루킹’ 관련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댓글조작 공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드루킹’ 관련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9

서유기, 김 지사 재판서 증언

“드루킹, 김 지사에게 보고”

김 지사 측 “신빙성 떨어져”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첫 공판에서 ‘드루킹’ 김동원씨 측근이 “2016년 11월 사무실로 찾아온 김 지사에게 댓글조작 프로그램의 작동 모습을 보여줬다”고 증언했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지사 첫 재판에서 드루킹 최측근 ‘서유기’ 박모씨는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박씨는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오후 느릅나무 출판사(산채)에 방문했고, 그날 드루킹과 측근 ‘둘리’ 우모씨가 김 지사에게 댓글 자동조작 프로그램(킹크랩)을 시연했다고 말했다.

그는 드루킹이 며칠 전부터 김 지사가 방문한다고 알리며 회원들에게 각종 브리핑 자료를 준비하도록 하고, 킹크랩 개발자 우씨에겐 그 전까지 프로토타입(시제품)의 개발을 끝마치라고도 지시했다고 밝혔다.

드루킹의 지시로 브리핑 자료를 만든 박씨는 김 지사 옆에서 화면을 보이고 스크롤을 내리는 역할을 맡았다고 말했다.

이후 ‘킹크랩 극비’라는 항목에서 드루킹이 “김 지사 외엔 모두 강의장에서 나가라”고 지시했고, 이후 우씨만 드루킹 지시에 맞춰 댓글조작에 사용되는 휴대전화(잠수함)을 가지고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에 허익범 특별검사팀(특검팀)은 “킹크랩의 시연을 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박씨는 “그렇다”면서 이 과정이 다 예행연습을 거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연회 이후 드루킹으로부터 “김 지사의 허락이 있어야만 만들 수 있다” “김 지사에게 허락하면 고개를 끄덕여 달라고 했다” 등 김 지사에게 댓글 작업의 허락을 받았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는 증언도 했다.

시연회가 있던 날 외에 9월 28일에도 김 지사가 사무실을 방문했고, 다음해 1월 10일에도 왔다고 밝혔다. 1월 방문 이후에는 드루킹으로부터 “경공모 ‘거사’에 대해 공격이 있으면 김 지사가 책임지고 방어해줄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고 박씨는 주장했다.

또 2017년 2월에는 김 지사의 전 보좌관 한모씨도 산채를 방문, 드루킹과 함께 킹크랩을 시연해줬다고 진술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드루킹’ 관련 첫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드루킹’ 관련 첫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9

박씨는 드루킹으로부터 “김 지사가 한씨에게 ‘산채에 가면 재미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라는 말을 들었고, 시연을 본 한씨가 ‘오오’라는 감탄사를 내뱉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박씨는 드루킹이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주요 회원들이 보는 텔레그램 방에 댓글조작 작업을 할 기사의 인터넷 주소(URL)를 올려놓곤 할 때, 김 지사가 보낸 기사엔 ‘AAA’라는 알파벳을 붙여 두곤 했다고 설명했다. 이 알파벳은 당시 의원이었던 김 지사가 보낸 기사이니 우선 작업하라는 의미였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메신저로 드루킹에게 URL을 보내면 드루킹이 확인하는 즉시 1분 내로 경공모 회원들 메신저 방에 이를 옮겨놓은 정황도 신문 과정에서 공개했다. 이 방에서 드루킹은 ‘A다 얘들아’ ‘이거 놓쳤다. 빨리 처리해라’ 등의 표현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씨는 드루킹이 댓글 작업 결과를 김 지사에게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그는 “제가 바빠서 늦게 (작업 결과를) 보고하면 드루킹이 ‘빨리 보고하고 자야 하는데 뭐하느냐’고 질타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드루킹의 지시로 ‘우경수(우유 빛깔 김경수)’라는 이름의 김경수 지사 팬카페도 만들었다는 박씨의 증언도 나왔다. 카페엔 일반인 팬을 포함, 경공모 회원까지 1400여명이 가입했다. 하지만 2017년 말 일본 센다이 총영사 인사청탁 문제 등으로 관계가 틀어진 뒤엔 폐쇄했다고 박씨는 밝혔다.

박씨는 “신변의 위험이 있으니 (김 지사와 관련된) 폴더를 하나 모아 놓으라는 지시를 드루킹에게 받았다”면서 “그래서 기존에 없던 ‘바둑이’ 폴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바둑이’는 다름 아닌 드루킹 일당이 김 지사에게 붙인 별명이다.

반면 김 지사 측은 혐의를 부인하며 드루킹 일당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펼쳤다.

증인신문을 진행하기 전 김 지사 변호인은 드루킹이 구치소에서 작성한 노트를 증거로 제출하면서 “드루킹이 공범들과 수사에 어떻게 대응할지, 진술을 어떻게 할지 조율하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며 “공통의 변호사를 통해 전달된 지시에 따라 공범들도 허위 내용을 진술했기 때문에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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