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서 이슬람단체가 성당 낙찰 받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가톨릭의 중심지인 이탈리아에서 경매에 올라온 한 성당이 이슬람단체에 낙찰되자 논란이 일고 있다.

경매에 등장한 성당은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의 도시 베르가모에 있는 성당으로 현재는 운영되지 않는 병원의 부속건물이다. 이 성당은 카푸친작은형제회의 예배당으로 사용됐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25일 롬바르디아 주정부가 실시한 경매에서 베르가모 무슬림협회가 이 성당을 45만 유로(한화 약 5억 8천만원)에 낙찰받았다. 무슬림협회는 이 성당을 무슬림들이 기도‧예배하는 곳으로 사용할 계획은 내비쳤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보수진영이 발칵 뒤집혔다. 우파 매체인 ‘리베로’는 26일자 신문에서 ‘알라가 예수를 쫒아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고 가톨릭 성당이 이슬람교 예배당인 모스크로 바뀌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번 경매 결과에 대해 ‘신성모독’ ‘이탈리아인들의 역사적 패배’라고 평가했다.

중도 좌파 민주당 소속 조르지오 고리 베르가모 시장은 “이번 일은 롬바르디아 주정부가 소위 ‘반 모스크 법’을 제정해 가톨릭 이외의 종교가 새로운 예배 장소를 여는 것을 실질적으로 금지한 데에 따른 것”이라고 책임을 주정부에 돌렸다.

반난민·반이슬람 성향의 극우정당 ‘동맹’의 베르가모 지부는 “이 성당이 보호 문화재 목록에 오른 건물이라는 점을 내세워 경매 결과를 무효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카푸친작은형제회는 아시시의 프란치스코가 세웠던 작은 형제회의 최후의 개혁으로 1528년 교황의 인준을 받았다. 이 수도회는 기도와 가난과 더욱 작음으로써 아시시의 프란치스코와 초기 동료들의 생활양식을 할 수 있는 만큼 닮으려고 애썼다.

카푸친작은형제회 명칭은 유명한 카푸치노 커피의 이름의 기원이 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1986년 서울 대교구장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의 초청으로 아일랜드의 성 프란치스코와 성 파트리시오의 관구 소속 4명의 형제가 입국해 작은형제회 정동 수도원에 머물렀다. 이후 한국에도 카푸친 공동체가 결성됐다. 1996년 4명의 서약자가 나왔고, 효창동에 천사들의 성 마리아 수도원을 축성했다. 이듬해 수련소를 춘천교구 가평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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