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종교투명성센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27일 전남 구례군 천은사 매표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적인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8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종교투명성센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27일 전남 구례군 천은사 매표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적인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8

시민단체 “관람료 징수, 불법”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됐어도

공원 입구서 문화재관람료 징수

“징수위치 변경, 사용처 공개

천은사부터 조속히 해결해야”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산행의 계절 가을이 찾아오며 등산 인파가 절정을 이루는 가운데 국립공원 문화재관람료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종교투명성센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27일 전남 구례군 천은사 매표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적인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법원의 판결마저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관람료를 징수하는 게 불(佛)법의 가르침은 아닐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무분별한 관람료 징수 관행을 중단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불교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우선 쟁점으로 사찰 측의 문화재관람료가 징수목적에 맞지 않다는 점, 징수위치가 불합리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들은 “문화재관람료는 사찰이 보유한 불상 등 문화재를 관람할 때 내는 돈”이라면서 “하지만 일부 사찰들은 사찰 경내를 통과한다는 이유로 등산객을 사찰 관람자로 취급해 일종의 ‘통행료’ 목적으로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화재를 유지보수하는 비용의 보전이 문제라면 굳이 사찰 문화재를 볼 의사가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강제징수 할 것이 아니라 위치를 변경해 사찰 입구에서 해당 관람료를 징수하면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문화재관람료 사용처가 불투명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사찰 측은 해당 관람료가 문화재 유지보수에 쓰인다고 하는데 유지보수에 드는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밝혀진 바가 없다”며 “최소한 그 내용을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맞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천은사의 문화재 관람료 문제로 불교의 신뢰도가 더욱 하락하고 있다”며 “천은사 문제 해결이 최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문화재관람료에 대한 논란의 단초는 1970년 정부가 속리산 탐방객을 상대로 국립공원 입장료와 법주사 문화재관람료를 통합징수하면서 제공됐다. 이후 1987년 설악산 신흥사를 비롯해 15개 유명사찰로 통합징수가 확대됐다. 1997년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분리 징수를 시도했지만, 사찰 측에서 ‘산문 폐쇄’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문제는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됐다는 점이다. 취지는 자연유산을 국민이 한껏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된 것이다. 그런데 사찰 측이 문화재 관람료를 직접 징수하고 나섰다. 매표소도 공원 입구에 지어졌다.

사찰 문화재 관람 의사가 전혀 없는 일반 등산객들도 사찰 측의 관람료를 요구받으며 마찰이 일었다. 가장 논란이 큰 곳은 지리산 천은사다. 천은사는 지리산 서쪽 성삼재에 이르는 861호 지방도로를 옆에 끼고 자리하고 있다. 861호 도로에 들어서게 되면 사찰경내도 아닌데 무조건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 한다.

이 문제는 급기야 소송전으로 번졌다. 2000년 참여연대가 지리산 천은사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원심 재판부는 사찰 측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견해는 달랐다.

당시 재판부는 도로가 사찰의 경내지를 통과한다는 사실만으로 도로 이용자를 예외 없이 관람자로 취급해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합리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2013년에 집단소송을 낸 73명도 승소했으며 위자료도 1인당 10만원까지 받아냈다.

당시 재판부는 “도로 부지 중 일부가 천은사 소유라고 하더라도 지방도로는 일반인의 교통을 위해 제공된다”면서 “문화재를 관람할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관람료를 내야만 도로를 통행할 수 있게 한 것은 불법”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법원 판결은 소송에 참여한 사람들에 한해서만 효력이 미친다.

법원은 일반 등산객들한테까지 관람료를 징수하는 행위는 위법하다고 했지만, 사찰 측은 지금도 여전히 관람료를 받고 있다. 문화재 관리와 보수를 위해선 관람료를 받아야 한다는 게 주된 이유다.

심지어 사찰 측에서는 매표소 운영비와 인건비가 들어간다며 문화재 관람료를 올리기도 했다.

현재 국립공원 내 사찰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곳이 27곳이다. 도립·군립공원까지 합치면 총 64곳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천은사를 말사로 둔 화엄사 측은 “현재 협의체를 구성해 정부와 협상에 나서고 있다”면서 “조속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와 연계해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토론회를 여는 등 관람료 문제를 공론화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아울러 화엄사 측은 정부가 관람료 보전을 위한 예산 책정을 할 것, 문화재 관람료 문제를 넘어서 종합적인 국립공원 대책을 마련할 것, 문화재보호법·자연보호법·전통사찰법 등에 대한 보상 법률을 제정할 것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종교투명성센터 관계자는 “사찰들의 불법적인 문화재관람료 징수로 국민의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며 “이 문제로 불교에 대한 신뢰를 허무는, 즉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또 “화엄사 측의 입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서 “다만 상황이 진척되지 않을 경우 공익소송인단을 꾸릴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용적·실질적으로 관람료 문제에 접근해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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