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일명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성대결 양상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서 ‘사법부 유죄추정 규탄 시위’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일명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성대결 양상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서 ‘사법부 유죄추정 규탄 시위’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7

두 집회 참석자 250명에 그쳐 “추운 날씨, 주말이라”
“남성-여성 성대결 NO… 혐오의 장 아닌 공론의 장 필요”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일명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성대결 양상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가 27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서 ‘사법부 유죄추정 규탄 시위’를 가졌다. 같은 시간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남함페)’도 바로 인근에서 맞불 집회를 열고 ‘2차 가해’를 규탄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기온이 뚝 떨어진 쌀쌀한 날씨에도 두 단체의 집회 열기는 달아올랐다. 혜화역 2번 출구 인근에선 당당위 집회가, 1번 출구 인근에선 남함페 집회가 열렸다. 두 집회 사이 100m가량의 거리를 두고 양측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 병력이 깔렸다. 두 집회 참석자는 양측이 예고한 인원(당당위 1만 5천명, 남함페 2천명)보다 한참 못 미치는 250여명에 불과했다.

당당위 측은 사법부가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의 진술만 있으면 ‘무죄추정’이라는 형사재판의 원칙을 무시한 채 사실상 ‘유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재판을 진행해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당위는 “이번 시위가 성별문제가 아닌 올바르지 못한 사법부의 법 집행을 규탄하는 집회’라고 했다.

지난해 발생한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이번 집회가 열리게 됐다. 지난해 11월 대전의 한 곰탕집에서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쥔 혐의(강제추행)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된 것이 발단이 된 것이다.

A씨 아내는 지난 9월 초 “남편이 누명을 쓴 것이 억울하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호소글을 올렸고, 청원 한달 만에 33만명이 동의했다. 이에 청와대는 10월 12일 “2심 재판이 진행되는 사건에 대해 청와대가 언급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짧은 답변만을 냈다. 당당위 측은 “(청와대) 답변은 두려움을 더욱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항의했다.

경기도 구리에서 온 최정기(남, 28세)씨는 남성들의 목소리를 전할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당당위 집회에 참석했다. 최씨는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성별 갈등 문제는 좋지 않은 현상이다. 남자와 여자는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주체”라며 “(집회가) 공론의 장이 되면 좋지만 혐오의 장이 돼선 안 된다. 정부도 양측이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 만나고 대화하는 공간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SNS를 통해 집회소식을 접한 이승현(남, 21, 인천)씨는 “여성에 대한 범죄가 심각한 것은 맞다. 죄에 관한 사실 유무 관계없이 피해자의 논리가 ‘일관적이다’는 이유로 증거없이 사법처리를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정말로 성평등을 위한 건지, 남성과 여성의 성대결을 시키기 위한 건지 의문이다.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면 다툼과 비난만 일어난다. 함께 대화와 토론으로, 한목소리를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일명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성대결 양상으로 흘러가는 가운데‘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남함페)’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서 ‘2차 가해’ 규탄 시위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일명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성대결 양상으로 흘러가는 가운데‘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남함페)’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서 ‘2차 가해’ 규탄 시위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7

맞불 집회를 연 남함페 측 참석자는 50명에 그쳤다. 남함페 운영진은 날씨가 쌀쌀하고 주말이라 인원이 적게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운영진 중 한 여성은 자신이 성추행 피해자라며 “더 마음이 아픈 것은 지인으로부터 듣는 2차로 가해지는 말들이다”면서 2차 피해의 문제를 지적했다.

마포구에 사는 김정후(남, 28세)씨는 “인터넷 커뮤니티 안에서의 법적 오용이 심각하다. 사법 기관의 판결을 오용하는 게 문제”라며 “자신들이 마치 판사라도 된 듯 판단한다. (곰탕집 CCTV) 영상을 보면 성추행을 한 것으로 보이는 의심스런 정황이 있다. 국민청원에 33만명이 참여했지만 오프라인(당당위) 집회에 참여자는 적다. 여론의 허수가 있어 청원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들은 집회 후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두 집회 주최 측 기대와 달리 참가자가 너무나 적어 한산한 분위기마저 들었다. 그럼에도 당당위 측은 11~12월 중 2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에 남함페 측도 같은 날 맞불 집회를 또 열겠다고 밝혀, 성별 갈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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