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28일 오전 피해자 가족 등 지인 가족 20여명이 K산부인과 일대에 모여 병원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며 ‘의료사고 명백한 살인’ ‘국민청원을 부탁합니다’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인 가운데 지나가는 한 어르신이 김씨를 위로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9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28일 오전 피해자 가족 등 지인 가족 20여명이 K산부인과 일대에 모여 병원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며 ‘의료사고 명백한 살인’ ‘국민청원을 부탁합니다’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인 가운데 지나가는 한 어르신이 김씨를 위로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9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경남 양산에 위치한 K산부인과 가족분만실에서 유도분만 중 의식을 잃었던 산모가 한 달이 넘도록 뇌사 상태로 깨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8일 오전 피해자 가족 등 지인 가족 20여명이 K산부인과 일대에 모여 병원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며 ‘의료사고 명백한 살인’ ‘국민청원을 부탁합니다’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앞서 남편 김모(37)씨도 지난 15일부터 1인 피켓 시위를 이어오다 18일 “경남 양산시 모 산부인과 의료사고입니다. 제발 도와주세요(산모의 남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작성했다. 현재 10만여명이 참여했다. 청원 마감은 내달 17일이다.

이날 시위를 위해 광주에서 왔다는 김씨의 지인은 “평소 자녀(1남 1녀)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교육을 한다. 하지만 잘못을 했을 때는 잘못에 대해 사과를 하라고 가르치고 있다”며 “양산에 왜 가느냐?는 자녀의 질문에 ‘어른들이 잘못했는데 사과 한마디 없어 가야 된다’고 설명하고 이곳으로 향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근에 사는 한 어르신은 시위를 지켜보며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너무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이 병원은 지난번에도 사고가 생겨 플래카드가 붙고 했었다. 얘들 엄마도 이 병원은 겁난다고 부산까지 가서 출산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28일 오전 피해자 가족 등 지인 가족 20여명이 K산부인과 일대에 모여 병원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인 가운데 한 어린이가 ‘국민청원을 부탁합니다’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7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28일 오전 피해자 가족 등 지인 가족 20여명이 K산부인과 일대에 모여 병원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인 가운데 한 어린이가 ‘국민청원을 부탁합니다’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7

부산 기장 정관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 D씨는 5개월 된 아기를 안고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무서운 생각밖에 안 듭니다. 나라에서는 출산을 장려하는 현실에 이런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니 불안해서 누가 자녀를 낳으려 하겠어요?”라고 물으며 “설명이 필요 없을 거 같다. 진행되고 있는 국민청원에 많은 예비산모가 참여해 법적으로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전했다.

피켓을 든 산모의 아버지는 “병원에서 사고가 없을 수는 없지만 사고가 발생했는데 의사로서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는커녕 분만 기록지를 조작하는 등 완전한 거짓을 자행했다”며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 TV에서나 봐왔던 일이 우리 가족에게 일어날 줄 몰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병원 관계자는 시위를 지켜보며 “언론 등 소문으로 인해 환자도 오지 않고 입원환자도 다 나간 상태다”라며 “분만 과정에서 예견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 데 대해 병원도 답답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고소장을 제출받은 양산 경찰서는 K산부인과 주치의(원장) A(45)씨와 간호과장 B(51)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해당 의료진 사무실과 총무·원무과 등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물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B씨는 지난달 21일 산모 C(37)씨가 가족분만실에서 유도분만을 하는 과정에서 응급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를 받고 있다.

C씨는 간호과장의 두 번째 배밀이 중 의식을 잃고 25분여 만에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판정, 현재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학병원에서 제왕절개수술을 해 태어난 아이는 이틀 뒤 안타깝게 숨졌다.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28일 오전 피해자 가족 등 지인 가족 20여명이 K산부인과 일대에 모여 병원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7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28일 오전 피해자 가족 등 지인 가족 20여명이 K산부인과 일대에 모여 병원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7

김씨에 따르면 분만 당시 아내가 진통이 시작되자 A씨와 B씨는 내진을 했고 아이의 머리가 크다고 여긴 B씨는 산모의 배 위에 올라가 배밀이를 했다. 그래도 나오지 않자 두 번째 배밀이를 하던 중 산모는 의식을 잃었다. 문제는 아내가 의식을 잃은 지 20여 분이 지나서야 A씨는 “산모가 호흡이 없다”고 김씨에게 알렸고 그제서야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김씨는 의료진이 무리하게 배밀이를 한 것, 의식을 잃고 호흡이 없는 아내를 대학병원 이송 시까지 25분이 지체된 점, 분만 촉진제를 과다 투여한 점, 소극적인 심폐소생술, 등을 이유로 들며 ‘의료사고’라고 주장하며 병원 측과 의료분쟁 중이다.

특히 김씨는 확인한 B씨의 LABOR RECORD(분만일지)에 산소를 공급한 적이 없는데도 ‘공급했다’, 의식을 잃었을 때도 ‘산소가 계속 들어가고 있음’이라고 적혀 있어 진통 기록지 조작을 주장했다. 또 소극적인 심폐소생술이었음에도 ‘심폐소생술 실시 및 2, 3과 원장이 돌아가면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고 기록돼 있는 점을 들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

이와 관련 A씨는 “당시 간호과장의 분만 기록지가 틀린 것은 사실이다. 왜 그렇게 적었는지 모르겠다. 간호과장이 경찰 조사에서 제대로 이야기한 것으로 안다”고 밝힌바 있다.

또 “병원에서 사고가 안 일어날 수는 없지만 이번 사고가 생긴 데 대해 뭐라 할 말이 없다. 도의적으로 죄송하다”며 “경찰이 조사가 시작된 만큼 조사 결과 처분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의료사고란 의료행위에 본질적으로 내재된 위험이 현실화되어 환자가 원치 않았던 나쁜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며 의료분쟁은 의료사고로 인한 환자와 의사의 다툼이다.

김씨는 “병원 측에서 1억에 치료비 2000만원에 합의하자고 했는데 거절했다”며 “법적으로 판단 받고 정상적으로 손해배상을 받겠다”고 말했다.

한편 K산부인과는 지난 2015년 등 비슷한 사고가 두세 번 더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합의금을 지급하고 무마한 것으로 드러나 이번에는 어떤 처분이 내려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