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묻지마 범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심신미약 감형’ 부정적 여론 다시 확산

전문가 “사회적 인식 개선 절실… 정부 도와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길거리 지나가던 사람이 모르는 사람에게 흉기로 목을 찔리고 범인을 잡고보니 ‘조현병’을 앓고 있는 정신병 환자라고 합니다…. 살인자가 지금 제 옆을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되니 길거리 지나가기가 무섭습니다.”

조현병 치료 전력이 있는 50대 남성이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묻지마 범죄’가 또 발생하자 시민들의 불안이 더 커지고 있다. 최근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가해자인 김성수가 우울증 전력을 경찰에 제출하면서 심신미약 감형에 대한 전 국민적 분노가 폭발한 가운데 ‘심신미약 감형’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다시금 확산하는 모양새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25일 살인미수 혐의로 A(58)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11시 40분 인천시 동구 한 공원 앞 도로에서 자신의 옆을 지나던 B(67)씨의 목 뒤쪽을 흉기로 1차례 이상 찌르고 뒤이어 C(37)씨의 얼굴 왼편을 1차례 찔렀다. B씨는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현재 의식불명 상태다. C씨는 병원에서 안면부를 꿰매는 등의 응급치료를 받고 귀가했다.

특히 A씨는 지난 2002년부터 지난 5월까지 조현병으로 16년이나 정신병원에 있다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병은 망상이나 환청, 정서적 둔감 등의 증상과 더불어서 사회적 기능에도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정신과 질환으로 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처럼 조현병과 관련된 사건·사고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발생한 바 있다. 실제 지난 2009년 7월 조현병 진단을 받고 장기간 약물을 복용하던 D(30, 남)씨가 수원의 자택에서 계모를 수차례 둔기로 내리쳐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D씨는 ‘어머니가 마귀이고 사탄이니 죽이지 않으면 네가 죽는다’는 환청이 들려 바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올해 6월 경북 포항에서는 조현병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던 한 40대 남성이 약국에 들어와 일을 하고 있던 약사와 직원에게 다짜고짜 흉기를 휘둘러 약국 직원이 숨지고 약사가 크게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피의자는 2~3년전 약사가 자신에게 욕을 했고 앙심을 품고 있었다고 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 두 사람은 서로 일면식이 없는 처음 본 사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의 범죄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범죄를 저질러 기소된 정신질환자 수는 2006년 2869명에서 2015년 3244명으로 10년 새 13% 증가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조현병환자 격리 청원글.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조현병환자 격리 청원글.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때문에 국민 사이에서는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라 할지라도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조현병 환자 격리시켜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청원을 올린 청원자는 “조현병 있는 50대 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행인 2명을 흉기로 찔렀다. 강력 처벌해야 한다”며 “격리 시켜야 된다. 다음에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조현병 환자를 사회에서 더 격리시키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모든 조현병 환자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지만 일부 환자의 범죄가 이슈화 되면서 모든 조현병 환자까지 ‘잠재적 범죄자’로 매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현병 환자의 법적 입원 치료와 외래 진료 체계 자체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2년째 조현병을 앓고 있는 김모(21, 여, 서울시 용산구)씨는 “조현병 관련 사고가 나면 편견 때문에 한동안 밖을 다니질 못 한다”며 “열심히 병을 극복하려는 조현병 환자도 많은데 국가가 꼭 편견을 부추기는 것 같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조현병 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손석환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는 “조현병은 꾸준한 약물 복용으로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한번 약을 복용하면 사회에서 정신병자라는 낙인이 찍히기 때문에 환자들이 숨고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현병 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부터 개선돼야 한다”며 “정부에서 관심을 갖고 지자체에서도 치료에 대한 지원과 함께 독려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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