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개념, 공동체 보편성에 기초
유교의 종교성에 대해 논의하기도
“유교, 일상적으로 우리 곁에 있어”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3.1운동은 종교와 함께 종교를 넘어 조선의 민족주의가 문명적 보편성으로 선명하게 드러나는 사건이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3.1운동100주년종교개혁연대 주최로 25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의 프란체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3.1 운동 100주년의 성찰과 과제 3차 세미나’에서 황상희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3.1운동은 종교상의 문제를 넘어선 조선 민족 전체의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세미나는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일제 강점기 엄혹했던 그 시절 33인의 지식인이자 민족지도자들이 선포했던 독립선언서의 정신을 새기고 종교가 이 시대에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가를 논하기 위해 마련됐다.
황 교수는 ‘3.1운동과 유교의 종교성에 관하여’를 내용으로 한 발표에서 3.1 운동은 민족의 문제로 종교의 차이는 문제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여기서의 민족은 독일식의 특수한 민족이 아니라 우주적 가족공동체라는 보편성에 기초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우주적 가족공동체에서 가족은 유가의 성스러운 질서인 태극을 체험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가 된다”면서 “인간이 우주적 질서를 만나는 것은 어떤 형태든 관계성 혹은 공동체성을 통해서다”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조선 시대의 토론장에서도 이자(李子)의 성학십도(聖學十圖)에서 대학을 중요시했던 까닭은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의 방법에 관한 내용으로 인간의 행복은 나와 민족과 인류를 위할 때 가능하다는 대전제를 천명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백범 김구 선생의 말을 인용해 설명했다.
백범은 “최고 문화로 인류의 모범이 되기로 사명을 삼은 우리 민족의 각원은 이기적 개인주의자여서는 안 된다”며 “공원의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공원에 꽃을 심는 자유다. 우리는 꺾여 봤기에 심는다는 가치를 아는 민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1운동의 보편성은 여기에 있다고 했다.
앞서 유교의 종교성에 대한 논의도 나왔다.
황 교수에 따르면 조선 시대에 종교란 단어는 없었다. 15세기 유럽에서 종교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정치와 종교는 분리돼야 한다는 정교분리 원칙하에 ‘religion’이란 단어를 만들었고 일본이 종교(宗敎)라는 한자어로 번역해서 일제강점기 한국에 사용했다고 했다.
황 교수는 “탈식민의 역사적 경험이라는 개념은 식민주의를 제도적 질서와 문화적 구도라는 두 영역으로 분리하고 제도적 질서로서의 식민주의가 종식되고 정치적 가치가 성취된 이후에도 문화로서의 식민주의는 계속된다는 것”이라면서 “유교를 지금의 종교적 틀에 넣어서 해석한다면 이는 식민주의 시각에 갇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한국에서 생성된 종교란 개념의 형성사를 통해 유교의 종교성(문화성)에서 어떠한 경향성이 우리를 우리로 규정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유교는 지극히 현실적이고도 일상적인 모습으로 우리 곁에 늘 같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조선유교와 중국유교의 차이점을 밝히기도 했다.
황 교수는 “중국유교가 우리와 다른 점은 하늘을 인식하는 신앙의 차이에 있다”며 “주자에게 있어 리(理)란 정의(情意)도 없고, 헤아림도 없으며, 조작도 없다고 해 원리적 리(理)를 말했다면, 이자는 리(理)를 발현하고 움직이고 이르른다(到)라고 하여 주재적 리(理)로 다르게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는 중국과 한반도라는 종교적 문화 기반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단군세기의 캣치플레이즈가 홍익인간 이화세계이듯이 한민족은 이화를 늘 원하던 민족이었다고 했다.
3.1운동 정신을 기억하기 위한 제안도 나왔다.
주요 내용으로 종교적 편견·경계 허물기, 치유의 공론의 장 형성, 우주적 가족 공동체의 지향 등이다.
황 교수는 “한국이 세계사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선진화된 유기적 사회 모델’을 지켜나가야 한다”면서 “이 선진화된 유기적 사회 모델은 우리 민족이 고대에서부터 가지고 있었던 홍익인간 이화세계”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세미나는 내달 11월 22일 천도교와 12월 20일 개신교의 순서로 이어진다. 종교개혁연대는 내년 3월 1일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각 종교 지식인들의 목소리가 하나 된 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