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한글 우수성 알리는 논문 수차례 발표… 세종대왕 사상 자세히 분석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한글은 영어와 달리 발음기호가 필요 없으며, 자음과 모음의 조합이 간편해 쓰기와 말하기가 세계 어느 언어보다 쉽습니다.”

한글의 우수성을 진작 알아 세계 곳곳에 알리던 벽안의 선교사가 있었다. 그는 한글을 공부한 지 3년 만에 세계 최초로 한글 교과서를 만들어 낼 정도로 한글을 아꼈다. 120여 년 전 미국에서 건너온 호머 헐버트는 한글학자 못지않게 한글이 과학적이고 간편하며 독창적인 소리문자라는 점을 일찍이 간파했다.

그도 그럴 것이 헐버트는 한글을 배운 지 4일 만에 한글을 읽을 수 있었고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조선인들이 참말 우수한 문자인 한글을 경시하고 있음을 안타까워했다.

세종대왕의 민본사상까지 낱낱이 파헤칠 만큼 그의 한글사랑은 대단했다. 오죽했으면 1889년에 선비부터 백성까지 두루두루 꼭 알아야 한다는 뜻을 담은 <사민필지(士民必知)>라는 교과서를 한글로 만들 정도였다. 본격적으로 한글의 우수성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한 셈이다.

그는 이어 1892년 우리나라 최초 영문 월간지 <한국소식(The Korean Repository)> 창간호에 ‘한글(The Korean Alphabet)’이라는 제목을 단 논문을 게재했다. 9쪽에 달하는 논문은 한글 창제 당시 조선과 이웃 나라들과의 관계, 조선이 처한 시대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조선왕조의 초기 정신은 오래된 관습을 털어내고 중국 것을 모방하는 게 아닌 독창성을 표현하는 것이며 한글이 그 대표적인 예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더 나아가 헐버트는 한글 창제 당시 세종대왕의 사고를 자세히 분석했다. 특히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어려운 한자를 쓰는 백성을 위해 한글을 독창적으로 창제한 것은 인류사에 빛나는 업적’이라고 평했다.

‘한글’ 논문에 이어 그는 ‘한글2’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의 골자는 한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주로 다뤘다. 그는 한글 문자 구조를 티베트어, 산스크리트어와 비교·분석했다.

헐버트는 외국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한글과 이두, 한문을 비교한 ‘이두(ITU)’, 한글 창제 과정을 설명하고 한글 자모에 대해 저술한 ‘훈민정음(Hun-min Chong-eum)’이라는 논문을 각각 발표했다.

주시경 선생 역시 “연산군 이래 정부가 우리글을 돌보지 않은 것은 잘못이니 세종 때의 정음청과 같은 연구기관을 둬 국어와 국문을 부흥시키자”라고 주장했으며 고종은 이를 윤허했다. 헐버트 역시 <사민필지>를 저술한 이래 줄곧 한글 사용을 주창하면서 ‘한글 보급청’을 설립해야 한다고 고종 황제에게 건의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고종 황제가 1907년에 한글 보급을 목적으로 설치한 ‘국문연구소’가 주시경 선생뿐 아니라 헐버트의 의견 역시 수렴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는 한글 외에도 조선역사 시 속담 음악 훈민정음 이두 한국인의 기원 등 광범위하게 연구했다. 또한 고종 황제 특사를 두 번이나 지냈을 정도로 조선의 독립운동을 적극 지지할 정도로 친한파(親韓派) 성향이었다. 파란 눈으로 한국인보다 한글을 더 사랑한 헐버트. 120여 년이 지난 한글날을 맞아 그의 한글 사랑이 더욱 애틋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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