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일은 종교개혁(宗敎改革) 501주년 기념일이다. 종교개혁의 시발점은 ‘면죄부’였다. 죽은 사람도 헌금통에서 ‘땡그랑’ 소리가 날 때 천국으로 간다는 해괴한 논리로 면죄부를 팔던 중세 가톨릭의 부패에 마르틴 루터가 신앙인의 양심을 걸고 비판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런 천주교에 치를 떨며 개신교가 생겨난 지 500여년이 된 지금 개신교의 부패는 천주교를 그대로 닮아 또 치를 떨게 한다. 그중 한국교회의 부패한 현실은 목회자들의 각종 범죄가 대변한다. 조직의 수장이 부패했다는 것은 조직이 부패했다는 방증이다. 이는 한국교회의 몰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는 28일 광화문광장에서는 신사참배 80년을 맞아 대규모 회개기도회가 진행된다. 신사참배는 한국교회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지난 5일 한국교회일천만기도운동본부는 “당시 신궁 2개를 만들고 신사 1141개를 만들고, 그리고 각 가정에 신사박스를 나누어줘서 교회에서는 동방요배를 통해서 예배와 혼합시키도록 한 것을 전체적으로 회개하고, 순수복음으로 한국교회가 기도로 거듭나는 기회를 만들자 하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기도회 개최 이유를 밝혔다. 저명한 한 목회자는 기고글을 통해 조상의 죄를 회개했던 선지자들을 들어 신사참배 회개운동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지지했다. 이번 기도회에는 한기총을 비롯해 교단협의체 대부분이 참여한다. 그야말로 한국교회 차원의 회개가 될 전망이다. 

한국교회가 잘못된 과거사를 이제라도 참회한다는 건 다행스런 일이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80년 전 장로교 목회자들의 신사참배는 성경 제1계명을 어긴 것으로, 일부 신학자들은 그 때문에 남북이 분단됐다고도 한다. 인과관계를 명백히 따지긴 어렵지만 그런 역사적 과오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자 80년 만에 여는 회개기도회라면 반드시 책임지는 행동도 따라야 한다. 말뿐인 회개,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는 회개는 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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