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요즘 특히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악의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학교 도서관이나 비좁은 골방에서 벌써 몇 년째 취직시험을 준비하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뭐라 할 말이 없는 대목이다. 오죽했으면 ‘단기 일자리’라도 만들어야 하는 정부의 다급한 사정이 그저 딱하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터져 나온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은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지난 3월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1285명 가운데 기존 직원의 자녀나 부인 등 가족과 친인척이 무려 108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에 야권 주도로 국정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그러나 국정조사에 미온적인 집권 민주당의 태도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적폐청산’에 한껏 목소리를 높이더니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왜 발을 빼는지 그 배경이 궁금할 따름이다. ‘고용세습형 채용비리 의혹’보다 더 절망적인 적폐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촛불과 적폐청산의 그 당찬 목소리를 기억한다면 야당보다 더 큰 목소리로 채용비리 엄단 의지를 밝히고 그 후속대책에 나서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국민들 가운데는 고용세습형 채용비리 의혹이 서울교통공사에만 있었겠는가 하는 냉소와 불신이 팽배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그 좋은 취지의 고용정책이 이렇게 변질되고 부도덕한 고용세습으로 이어진다는 현실에 국민은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뚜렷한 기준이나 대책 없이 ‘명분’만 강조하며 밀어붙인 후과 치고는 너무도 참담하다. 물론 서울시는 특별한 비리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하니 그 결과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가스공사의 정규직 전환 대상자 가운데 재직자 친인척이 기존 33명에서 41명으로 다시 늘었다는 소식이다. 국민의 우려대로 서울교통공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국수력원자력도 친인척의 정규직 전환한 대상자가 당초 1명이라고 했다가 4명으로 늘어났다. 앞으로 또 어디서 몇 명이나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질지 한숨부터 나온다.

물론 민간부분도 예외가 아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24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노조원 직계가족 우선 채용 단체협약을 맺은 사업장이 13곳이며 그 가운데 민주노총 소속이 9곳이라고 밝혔다. 참으로 경악할 일이다. 그 비리 여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명백한 특혜요, 부당한 협약이며 사실상 고용시장을 황폐화시키는 ‘적폐’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공공과 민간 부문을 가리지 않고 최근 다양한 형태의 채용비리나 특혜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정부가 적극 나서서 범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비리가 있는 곳엔 일벌백계의 응징으로 고용세습형 채용비리의 싹을 잘라야 한다. 길거리를 배회하는 우리 젊은이들의 눈물과 절망을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인가. 민주당도 집권당답게 더 당당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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