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2017년 12월 18일 서울과 경기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지며 많은 눈이 왔다. 하지만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특례 혜택을 받은 축구 국가대표 A가 병무청 등에 제출한 봉사활동 증빙서류 속의 사진에는 이날 눈 덮인 운동장이 아닌 정상적인 운동장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담고 있었다. 비정상적으로 봉사활동을 했다고 의심을 받을 만한 정황이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의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병무청과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기관을 통해 확보한 자료 분석을 통해 “다른 날 활동한 사진을 눈이 온 날에도 그대로 사용한 것이 아니겠는가”라며 “체육계의 병역특례 봉사활동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고 밝혔다. 모교에서 2017년 12월부터 약 2개월간 모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총 196시간의 봉사활동을 펼친 A씨는 제대로 된 감독과 검증을 받지 않은 채 봉사 활동을 모두 인정받고 병역특례를 마쳤다. 그동안 A씨와 같이 불성실한 봉사활동으로 병역특례를 이수한 체육요원이나 예술요원 등이 많이 있었다는 의구심이 든다는 게 하 의원 측의 설명이다.

현재 병역법은 2015년 7월 이후 편입된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 ▶국제 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입상자 ▶국제대회가 없는 분야의 국내 예술 경연 대회 1위 입상자 등을 대상으로 해서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하고 34개월 동안 자신의 특기 분야에서 544시간의 봉사활동을 하면 병역의무를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의무봉사활동을 채우지 못하거나,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경고 등의 미온적인 처분만을 내리고 있어 의무봉사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군 안팎에서 병역특례 제도를 손질하자는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번에 하 의원의 공개로 밝혀진 병역특례요원들의 불성실한 의무봉사활동 실태로 인해 병역특례 폐지 쪽으로 많이 기울고 있는 분위기이다. 기찬수 병무청장은 지난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예술·체육 특기자 병역특례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등을 계기로 예술·체육인 병역특례의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제도 존속여부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한 것이다.

사실 예술·체육 병역특례제도는 지난 시대의 산물이다. 지난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북한에 뒤지며 위기감을 느낀 나머지 엘리트체육을 육성하고 국가의 명예를 빛나는 예술인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병역특례제도를 제정,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미 이 제도는 40여년이상 시행해오면서 효용성이 많이 떨어졌다. 한국이 국제 사회적으로 예술·체육의 위상이 크게 높아진데다 형평성과 공정성의 시비가 대두돼 존폐여부로 논란을 빚어왔다. 특히 야구와 축구 등에서 병역을 마치지 않은 선수들을 선발해 선수들의 병역 회피 수단의 하나로 병역특례제가 변질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반감을 사기도 했다. 병역 면제를 위해 몇 분 정도 뛴 대주자와 한두 번 뛴 대수비들이 병역특례를 받거나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를 뽑아 병역특례를 받게 하는 등의 편법 등이 있었던 것이다. 

병역 연령층인 20대 초반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시대적인 요인도 병역특례제 운영을 지속하기 힘들게 하고 있다. 부족한 청년들을 대체하기 위해 여성복무제까지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예술·체육의 특정한 계층에게만 병역특례를 시행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라는 반응이다. 앞으로 체육이나 예술계에서 성공을 꿈꾸는 젊은 청년들은 앞선 세대들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병역특례 혜택을 받았던 것에 결코 연연하지 말고 병역 문제도 당당히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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