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양승태 사법부가 통합진보당 지방의원의 지위 확인소송에 개입한 데 이어 국회의원의 지위확인 소송에도 개입한 증거가 나타났다. 검찰은 양승태 사법 농단의 핵심으로 지목된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임종헌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죄목에 통합진보당 의원 항소심 재판 관여가 적시돼 있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평결로 의원직을 잃게 된 김미희·김재연·오병윤·이상규·이석기 등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2015년 국회의원 지위확인 소송을 냈다. 1심(재판장 반정우)에선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에 관한 최종 권한은 헌법재판소에 있다면서 각하 판결을 했는데 2심은 “정당이 해산되면 소속의원들도 당연히 지위를 상실한다”는 내용으로 통합진보당 의원들 패소 판결을 하면서 통합진보당 의원의 지위 확인 권한은 법원에 있다는 판결을 했다. 2심 판결 재판장이 지난 8월 임명된 이동원 대법관이다. 당연히 수사해야 한다.  

2심 재판부의 판결 내용은 법원 행정처가 재판부에 보낸 문건과 내용이 똑같다. 이 문건을 보낸 이유는 1심을 뒤집기 위한 것이다. 1심 재판 결과를 전해들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격노’했다는 뉴스는 우리 모두를 경악케 한다. 한 나라의 대법원장이 아니라 한낱 조폭집단의 두목 아닌가 하는 의심을 들게 한다. 

2016년 청와대 고(故) 김영환 민정수석 업무일지가 공개됐다. 2014년 10월 4일자 업무일지에는 “비서실장, 통진당 해산 판결-연내 선고”라고 적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정당 해산 판결이 언제 날지 훤히 꿰고 있는 나라가 또 있을까. 청와대가 헌법재판소와 내통하고 있었다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는 상고법원에 목매는 대법원을 이용해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판결에 개입하고 진보당 관련 판결에도 깊숙이 개입한다. 양승태 대법원은 사적 이익을 위해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했다. 헌법 파괴 행위가 자행된 건데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넘어갔고 수많은 대법관들이 묵묵히 협조했다는 사실이 더욱 경악스럽다.  

‘양승태 대법원’은 2015년 1년 중순 사채업자로부터 뇌물 2억 6천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판사 최민호에 대한 언론과 청와대의 관심을 돌리려 이석기 의원에 대한 선고일을 앞당기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몰염치한 모습까지 보였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양승태 법원 행정처’가 마련한 대응문건에는 메가톤급 후폭풍이 예상된다면서 “판결 선고를 1월 22일로 앞당겨서 언론 및 사회 일반의 관심을 유도한다”고 썼다. 

계획대로 22일 재판이 열렸고 징역 9년, 자격정치 7년의 원심을 확정하는 판결이 났다. 법원행정처는 후속 문건에서 “22일 이 전 의원 선고가 있어서 최 전 판사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면서 “이번 사태 수습과 관련한 경험과 노하우 전수를 위해 위기 대응 자료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양승태 대법원의 민낯이자 대한민국 사법부의 속살이다. 

“국가적·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이나 민감한 정치적 사건 등에서 BH(청와대)와 사전 교감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물밑에서 예측불허의 돌출 판결이 선고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 수행.” 양승태 대법원이 작성한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청와대)와의 효과적 협상추진 전략’이라는 문건에 나와 있는 내용인데 얼마나 부끄러운 기록인가.

헌법에 판사는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고 돼 있는데 이제는 ‘법관은 윗선의 지시로 판결한다’고 헌법을 바꾸어야 할 판이다. 헌법 위에 군림하는 ‘양승태 법비 패거리들’을 단죄하지 않고는 헌법의 존재는 깃털처럼 가벼운 존재가 돼 버리고 만다. 법 앞에 평등, 법과 원칙에 따른 재판이라는 말이 한갓 장식물이 아니라면 임종헌에 대한 영장을 발부돼야 하고 양승태 전 원장 역시 하루 빨리 구속 수사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사법남용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 합의했다. 잘 한 일이다. 자유한국당이 반발하고 있다는데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동이다. 사법비리 청산에도 함께 하지 못하면서 변화를 말한다면 누가 믿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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