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차은경 기자] 지난 22일 오전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고구마수확체험장에서 열린 고구마 축제에서 쪽방촌 주민들이 고구마를 캐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5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지난 22일 오전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고구마수확체험장에서 열린 고구마 축제에서 쪽방촌 주민들이 고구마를 캐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5

천안시자원복지회, 고구마 축제

올해로 17년째 맞은 체험행사

6개 쪽방촌 주민 행사 참여해

[천지일보=차은경·박주환 기자] “이야~ 이 고구마 좀 봐라. 엄청 크다야.”

지난 22일 오전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고구마수확체험장에서 열린 고구마 축제에는 쪽방촌 주민 100여명이 모여왔다. 이번 행사는 천안시자원복지회(회장 홍수영)가 개최한 것으로 지난 2001년 시작한 고구마 축제는 올해로 무려 17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천안자원복지회의 대표적인 후원 루트인 고구마 축제는 지역에 ‘나눔의 정’을 전하는 행사다. 단순히 고구마를 기부하는 것이 뿐만 아니라 보육원생, 학생들, 쪽방촌 주민 등이 참여해 손수 고구마를 수확하고 주변의 소외된 이웃에게 전달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날 열린 축제에는 남대문쪽방상담소, 돈의동쪽방상담소, 창신동쪽방상담소, 인천쪽방상담소 등 6개 쪽방상담소 관계자와 주민이 참여했다.

삼삼오오 모인 주민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웃음꽃을 피우며 고구마 캐기에 여념이 없었다. 혹여 땅에서 커다란 고구마가 발견되기라도 하면 탄성을 지르며 옆 사람에게 자랑하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날 주민들은 고구마를 직접 캐봄으로써 우리 농산물의 소중함과 농사의 중요성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직접 캔 고구마를 현장에서 찜통기에 쪄먹으며 즐거운 추억을 쌓았다.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지난 22일 오전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고구마수확체험장에서 열린 고구마 축제에 참여한 한 아주머니가 고구마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5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지난 22일 오전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고구마수확체험장에서 열린 고구마 축제에 참여한 한 아주머니가 고구마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5

쪽방촌 주민들뿐 아니라 동행한 상담소 직원들도 이번 체험학습에 대해 즐거워하며 행사를 개최한 홍수영 회장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장경환 돈의동 쪽방상담센터 소장은 “주민들이 ‘언제 고구마를 캐러 가냐’며 기대를 많이 했다”며 “주민들에게 너무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경희 동대문 쪽방상담센터 소장 역시 “주민들은 ‘여기 왔다 가면 일주일은 행복하고 내가 땀 흘린 만큼 고구마가 더 맛있다’고 하신다”며 “홍 회장님이 고구마뿐만 아니라 체험거리를 풍성하게 해주셔서 주민들은 ‘오늘은 무슨 일이 있을까’하고 눈을 반짝거리면서 오신다”고 전했다.

이어 “요즘 사회 경제도 어렵고 각박한데 이렇게 꾸준하게 체험학습장을 열어주시는 것이 큰일이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고 계신다”며 “세상은 각박하다고 하지만 아직 마음이 따뜻한 분들이 많아 아름답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마음 굳게 먹고 살아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감사함을 표했다.

이날 홍 회장은 캐낸 고구마를 포함해 총 20박스의 고구마를 체험에 참여한 쪽방촌에 나눠줬다. 오늘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쪽방촌에도 5박스씩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지난 22일 오전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고구마수확체험장에서 열린 고구마 축제가 끝난 후 홍수영 천안시자원복지회 회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5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지난 22일 오전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고구마수확체험장에서 열린 고구마 축제가 끝난 후 홍수영 천안시자원복지회 회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5

홍 회장은 수십년 전부터 수십개의 시설에 밭을 빌려주며 무료로 고구마를 심고 가져갈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그가 이러한 농산물 체험장을 만들게 된 것은 ‘농산물을 다 외국에서 수입해 사 먹으면 우리나라 농산물은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그는 ‘내가 내 땅에 농사를 지으면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손수 농사를 짓는 방법을 전해줘야겠다’라고 생각해 농산물 체험장을 만들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그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친구들은 홍 회장에게 “네가 사회적으로 크게 뭔가를 할 줄 알았는데 봉사의 암행어사가 됐다. 기대가 구멍 났다”고 말했다. 아내도 ‘농사를 하나도 모르면서 무슨 체험장을 만드냐’며 속으로 비웃었을 것이라고 홍 회장은 말했다.

홍 회장은 “감자를 심었는데 아주 실하고 좋은 감자가 나왔다. 아내가 이를 보며 ‘농사란 이런 것이구나’ 하며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감자, 옥수수, 고구마, 땅콩 등 가리지 않고 심어 양로원, 장애인 복지관, 보육원 등에 보내기 시작했다.

몇십 년간 묵묵히 봉사활동을 수행하던 홍 회장은 이러한 노고를 인정받아 각종 표창패나 감사패를 수없이 받았다. 또 재작년에는 ‘2016년 국민추천포상’의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홍 회장의 집안에는 그간 받은 감사패 등이 진열장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봉사는 앉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서서 해야 한다”며 “올해로 77세지만 쉬지 않고 뛰어서 봉사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지난 22일 오전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고구마수확체험장에서 열린 고구마 축제에서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5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지난 22일 오전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고구마수확체험장에서 열린 고구마 축제에서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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