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이 9일 밤 ‘명성교회 800억의 비밀’편을 방송하고 김삼환 원로목사와 관련해 명성교회 800억 비자금‧외화밀반출 의혹을 제기했다. ⓒ천지일보 2018.10.10
MBC PD수첩이 9일 밤 ‘명성교회 800억의 비밀’편을 방송하고 김삼환 원로목사와 관련해 명성교회 800억 비자금‧외화밀반출 의혹을 제기했다. ⓒ천지일보 2018.10.10

세습, 승계의 하위개념

혈연에 따른 세습 일반적

오늘날 세습방식 다양화

교회 측, 북한 세습과 달라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가장 민주적이면서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이뤄진 승계가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교인 대다수가 원해서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이뤄진 청빙이다. 그런데 왜 굳이 세습이라고 표현하고 안 좋은 방향으로 몰고 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명성교회 김재훈 장로는 최근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명성교회 ‘부자 세습’ 논란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김 장로는 이어 “부자 세습이 아닌 목회의 승계라고 하는 게 맞다”며 “세습이라고 하는 용어는 성경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세습과 승계, 어찌 보면 같은 듯한 두 단어, 세습과 승계라는 단어는 어떻게 이해되고 있을까. 천지일보는 두 단어의 뜻과 역사적인 맥락을 알아봤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세습’은 신분·재산·직업·생활양식 등 각종 규범이 혈연·지연·학연에 의해 다음 세대로 전수되는 행위를 가리킨다. ‘승계’는 선임자나 선대의 업적, 유산, 전통 따위를 뒤이어 받는 행위를 비롯해 다른 사람의 권리나 의무를 물려받는 경우를 포괄한다. 법률적으로는 포괄 승계와 특정 승계로 구분된다.

즉, 세습은 승계(承繼)의 하위 개념으로 볼 수 있으며 가문의 후계자에게 승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습이란 말 자체는 실질적으로 왕권 세습의 경우에서 보듯이 정치적·법률적 용어에 한정해 사용됐으며 재산 세습은 특별히 상속(相續), 학문이나 기예의 세습은 사사(師事)라는 용어가 널리 쓰였다. 세습이라는 말의 우리 표현은 대물림(대물리는 행위) 또는 대이음(대를 잇는 행위)이다. 당시 국법인 경국대전은 재산 상속이나 신분·권력의 세습, 또는 공장 장인의 세습 등을 규정했다.

세습은 전통적으로 혈연·지연·학연 각각에 의해 이뤄지거나 또는 같은 방식들이 결합해 행해졌으나 가장 일반화된 세습 방식은 혈연에 따른 세습이었다. 이러한 세습 방식은 일제 강점기 이후 자본주의 서구 가치관의 유입, 도시화, 공업화 등 급격한 사회 변동의 여파로 크게 변화됐다. 일례로 권력의 세습, 부(재벌)의 세습, 또는 법조인·의사·교수같이 명예와 권위를 인정받는 직업을 비롯해 노동자의 세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백종국 경상대학교 교수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웹소식지 좋은나무 14호에 ‘알기 쉬운 교회세습 논쟁’을 주제로 기고한 글에서 “한국 개신교회 내에서 발생하는 가족 간의 담임목사직 승계를 교회세습이라 한다”면서 “세습이란 특정한 조직 내에서 나타나는 부와 권력의 혈연적 승계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습의 유형으로 북한의 최고위직 승계, 재벌의 경영권 승계, 교회의 담임목사직 승계 등이 대표적”이라며 “실제의 교회세습에는 직계세습, 사위세습, 지교회세습, 징검다리세습, 동서간세습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명성교회 측은 세습이라는 용어에 유독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이유가 뭘까?

JTBC 뉴스룸과 인터뷰를 한 김 장로의 답변에 잘 나타나 있다. 김 장로는 “왜 굳이 북한에서나 쓰는 이런 용어를 사용하는지 모르겠다”며 “또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는 단어를 여기(교회)에 적용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또 명성교회의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교단의 총회 재판국 판결문에 따르면 한국교회는 ‘세습’이라는 용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데 대해 재벌에 대한 반감 혹은 반기업 정서를 이용해 교회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기 위한 시도라고 봤다. 아울러 세습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일반인들(불신자)에게는 교회의 이미지를 추락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는 명성교회 측의 입장과 동일한데, 명성교회 측은 김삼환-김하나 목사의 세습에 대해 “북한 김씨 부자의 세습, 재벌 세습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세습이니, 승계니 하는 말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결국 같은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교회세습은 하나님의 것을 인간이 절취하는 행위이므로 신앙적 정당성이 없다”며 “한국교회의 새로운 부흥을 위해 하루속히 극복되어야 할 악폐”라고 일침을 가했다.

결론적으로 세습은 가문의 후계자에게 승계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고, 세습은 승계의 하위개념일 뿐 두 단어는 같은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교인들의 헌금으로 운영되는 종교단체에서의 목회자 세습은 어떤 용어를 사용하든 부정적인 평가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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