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연탄보일러 하나 교체하기 왜 이리 힘드나
[기자수첩] 연탄보일러 하나 교체하기 왜 이리 힘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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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장요한 기자] 10월 첫 주말의 달콤한 휴식을 반납할 만큼의 가치 있는 일을 한다고 자신하는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의 행사에 기자도 동행하기로 했다.

평소 홀몸노인이나 저소득층의 어려움을 세심히 살폈던 단체인지라 짐작은 했지만 역시나 이들이 도착한 곳은 서울 성북구 북정마을이었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고 불리는 이곳은 겨울나기가 참 어려운 동네다.

구불구불 좁은 골목길 사이로 다닥다닥 판자촌 집이 붙어 있는 고지대라 폭설이라도 내리면 연탄·기름 배달이 끊긴다. 인추협 소속 단체였던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 회원들은 5년 전부터 마을 곳곳을 누볐다. 손길을 필요로 하는 어르신들을 돌보기 위해서다.

이번엔 작년 겨울 보일러가 고장이나 추위에 벌벌 떨면서 보냈다는 김봉수 할아버지네를 방문했다. 아흔이 다 된 김 할아버지는 다행히 막내딸과 함께 지냈다.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보살피고 있는 딸도 사실은 수술을 4번이나 받을 정도로 성치 않은 몸이었다.

고장난 보일러를 교체하기 위해 학사모 대표가 자비로 자재를 구입하는가 하면 회원들은 보일러 설치 작업에 동참했다. 그런데 보일러 수리 전문가였던 최영섭 단장에게서 뜻밖의 말을 들었다. 최 단장은 연탄보일러 교체 시 꼭 필요한 부품 중 하나인 ‘파이프’를 구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그는 “연탄가스가 새나가지 못하는 역할을 하는 ‘파이프’가 단종됐다”며 “중국산도 있지만 그 파이프는 녹아서 쓸 수 없다”고 말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익도 안 남는 ‘파이프’를 생산하지 않는 게 어쩜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연탄보일러를 쓰는 대상자는 극빈층이라는 점이다.

실제 현장을 다녀보지 않으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얼마 전 북정마을에서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의 축제를 치렀다.

얼마나 현장을 다니면서 저소득층의 실무적인 부분을 돌아봤는지 의문이 든다. 이벤트성 문화행사에 투자하는 비용을 이윤이 안 남아 단종시킨 파이프 생산이나, 실제 발로 뛰는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데 지원했다면 어떠했을까. 이런 소식이야 말로 북정 마을의 주민들에게 환영받을 만한 친서민정책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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