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김치가 금치를 넘어서서 다이아몬드치가 되더니 급기야 정부는 중국산 배추를 대량 수입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인터넷이나 각종 언론 매체에서는 배추김치를 대체하는 각종 재료들을 소개하고, 스스로 재배하자는 주장도 내보낸다. 배추를 비롯한 각종 야채 값의 폭등과 연관 지어서 기상 이변뿐만 아니라 4대강 개발로 인한 재배 면적 감소가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치 값 폭등은 민심을 흉흉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오죽했으면 대통령까지 나서서 ‘내 식탁에는 배추 대신에 양배추로 만든 김치를 올려 달라’고 했겠는가. 가격 폭등으로 인한 김치의 섭취 부족은 대한민국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면 지나칠까. 그렇지 않음을 필자가 설명해 드리고자 한다. 김치란 무엇인가?

배추, 무, 오이 등을 소금에 절여서 고추 마늘 파 생강 젓갈 등의 양념을 버무린 후 젖산 생성에 의해 숙성 발효된 식품이다. 그리고 한국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으뜸 반찬이다.

김치는 각종 미네랄(무기질)과 비타민의 공급원이다. 특히 배추에는 비타민 B1, B2, C가 풍부하다. 비타민 B1은 두뇌에 없어서는 안 되는 당질의 대사에 깊이 관여하며, 세포가 활동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성분이다. 그것이 결핍되면 기억력저하 불면증 전신무기력 각기병 신경염 심장기능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비타민 B2는 단백질의 구성 성분인 아미노산 및 탄수화물의 산화와 관련된 물질대사에 관여한다. 결핍되면 체중감소 피부염 구순증 설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비타민 C는 항(抗) 스트레스 비타민이다.
그 이유는 몸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스트레스에 대항하여 면역력을 높여 주기 때문이다. 또한 집중력, 기억력,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의 원료인 티로신 대사를 지원한다. 김치 안에 들어 있는 마늘 역시 무척 중요하다. 마늘은 양파와 더불어서 대표적인 중금속 해소 식품이다. 납 알루미늄 수은 카드뮴 등의 유해금속과 결합하여 몸 밖으로 배설시킨다.

김치가 함유하고 있는 칼슘, 마그네슘, 아연 등의 미네랄도 매우 중요하다. 뇌 속의 칼슘은 효소의 활동을 높여 주고, 신경 정보가 원활하게 흐르도록 해 준다.

마그네슘은 뇌 내의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생산을 돕는다. 아연도 뇌에 중요한 미네랄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모발 중 아연의 농도가 낮은 것은 전반적인 영양부족에 대한 가장 좋은 지표 중의 하나다.

아연이 부족할 경우 성장 지연, 생식기 발달의 지연, 상처회복의 지연, 야맹증, 미각 상실 등이 올 수 있다. 또한 뇌 세포에 필요한 아미노산의 공급이 부족해져서 지능 발달이 늦어지거나 운동 능력 저하,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의 증상 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김치의 두뇌 영양학적 효과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정신적 영향이다.

그것은 상실감이다. 김치는 한국 사람에게 있어서 필수적인 반찬이다. 그러한 반찬을 돈이 없어서 잘 먹지 못할 때의 상실감은 대단하다. 늘 곁에 있었던 대상물의 상실은 가끔씩 봤던 대상물의 상실과는 차원이 다르다. ‘양배추 샐러드’는 먹지 않아도 되지만, ‘배추김치’는 먹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자신에게 익숙했던 생활 방식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우리에게 두려움을 안겨준다. 상추로 삼겹살을 싸 먹지 못하고, 배추로 김치를 담그지 못하며, 신선한 야채를 특별한 날에만 먹는다는 상황의 가정은 그 자체만 해도 우리를 절망시킨다.

그래서 정신적 건강에 유해할 수밖에 없다. 김치와 상추 섭취 부족으로 인한 영양소의 결핍과 함께 식생활의 중요한 일부분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과 느낌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어떤 사람들은 분노까지 느끼고 있다. 이러다 국민적인 ‘화병’이 생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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