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내셔널가톨릭리포터)
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내셔널가톨릭리포터)

유흥식 주교 교황처소에서 밝혀

北, 2번 교황 초청했다가 철회

태영호 “가톨릭 열풍 두려워해”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 주교가 교황에게 ‘북한을 정말 가신다고 했느냐’고 물었는데, 이에 대해 밝은 표정으로 대답하시며 방북 의지가 확고하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북한에서 초청장이 오면 교황의 방북을 위한 준비가 본격화될 것이다. 교황이 방북 의지를 밝힌 것은 한국에 대한 교황의 애정과 관심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본다”

교황청 사정에 밝은 한국 천주교 유흥식 주교(67, 대전교구장)가 교황청 경내 교황처소인 산타마르타에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흥식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파롤린 추기경은 남북 정상이 지난 3차례 만났을 때 단둘이 오래, 깊이 이야기를 나눈 것을 유심히 지켜봤다고 한다”며 “같은 민족·형제이자, 같은 언어를 쓰는 남북이 스스로 평화를 이루고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게 교황청의 바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흥식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생적으로 가톨릭 신앙이 전파된 한국을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교황이 즉위 후 스스로 결정한 해외 첫 방문지도 한국이었다”고 말했다. 2013년 3월 즉위한 교황은 그해 7월 브라질, 이듬해 5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 중동을 순방했다. 그러나 이 일정들은 이미 전임 교황 때부터 정해져 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8월 14~18일 한국을 방문했다.

유 주교는 교황의 방한에 대한 실무적인 논의는 북한이 교황에게 정식 초청장을 보내야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방북 시기에 대해서는 “근거 없이 교황의 방북 시기를 섣불리 추측하는 것은 일의 성사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 교황청과 교황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필요한 단계를 밟으며, 차분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北, 교황 초청 2번… 모두 무산돼

이처럼 교황 방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며 과거 북한이 교황을 초청하려 했다가 포기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이전에도 교황을 초청하려 했지만 무산된 전적이 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지난 7월 모퉁이돌선교회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북한은 이전에도 교황을 초청하려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태영호 공사는 1991년 조직된 북한 외무성 내 상무조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상무조는 북한이 교황을 평양에 초청하기 위해 만들어진 임시 조직이었다. 당시 외교적으로 고립상태에 놓였던 김일성은 교황이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던 뉴스를 보고 교황을 초대하면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바티칸 교황청에서는 “북한에 진짜 가톨릭 신자가 있다면 바티칸에 데려와달라”고 요구했다.

북한 노동당 가톨릭교회협회는 사회안전부 주민등록부를 뒤져 6.25 전쟁 전까지 독실했던 신자 할머니를 찾아냈다. 당은 이 할머니에게 “아직도 하느님을 믿느냐”고 물었고, 할머니는 처음에는 정색했다. 그러나 하느님을 믿는 신자를 찾아 로마 교황청에 보내야 할 필요성이 있어서 묻는 것이라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대답이 바뀌었다. 이 할머니는 “한 번 마음속에 들어오신 하느님은 절대로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 간부는 할머니에게 어떻게 신앙을 지켜왔는지 물었고, 할머니는 당 간부를 집 뒷담에 꾸려진 예배단으로 데려갔다.

당원은 할머니에게 바티칸에 한 번 가셔야 하겠다고 말했고 당시 할머니는 하늘을 바라보며 “하느님, 일생을 열심히 기도를 드렸더니 이렇게 어린 양을 불러주시네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일을 통해 노동당은 종교의 ‘무서움’을 절감하게 됐다는 일화다.

태 공사는 “노동당은 교황이 평양에 오면 실제로 북한에 가톨릭 열풍이 일 것이 두려워 더 이상 교황 초청을 추진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후 2000년엔 김정일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때 김대중 대통령의 제안으로 당시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에게 초청 의사를 밝혀 실제 교황청에까지 접수됐으나 북한 내부 사정으로 무산됐다.

태영호 공사는 “한국교회는 이 같은 사실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에 각 지방과 도시마다 많은 교회가 세워지게 된다면 북한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릴 수 있다. 그러므로 북한에 더 많은 교회가 세워질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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