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앞에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실종에 대한 진실을 밝히라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카슈끄지의 사진을 들고 있다. 15일 미 언론들은 일제히 사우디 정부가 실종된 자국 언론인이 심문 도중 실수로 사망했다고 밝힐 계획이라고 전했다. 반(反) 사우디 기자인 카슈끄지는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한 전후로 실종돼 살해됐다는 추정이 나왔다. (출처: 뉴시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앞에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실종에 대한 진실을 밝히라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카슈끄지의 사진을 들고 있다. 15일 미 언론들은 일제히 사우디 정부가 실종된 자국 언론인이 심문 도중 실수로 사망했다고 밝힐 계획이라고 전했다. 반(反) 사우디 기자인 카슈끄지는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한 전후로 실종돼 살해됐다는 추정이 나왔다. (출처: 뉴시스)

카슈끄지 ‘영사관 나간 것처럼’ 보이게 대역 내세워

국제사회, 진상규명 촉구… 美정계 “왕세자 교체해야”

독일, 사우디에 무기수출 중단… 사우디 왕실 압박

[천지일보=이솜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당시 현장에 있던 사우디 요원이 사우디 왕세자실로 전화를 걸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카슈끄지의 죽음이 왕실과 무관하다는 사우디 정부의 발표에도 이와는 상반되는 정황이 계속 나오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가 그의 귀국을 설득하러 온 일행과 몸싸움 중 우발적으로 숨졌으며, 국왕이나 왕세자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2일(현지시간) 터키 일간지 ‘예니샤파크’는 이달 2일 카슈끄지 피살 현장의 사우디 요원으로부터 왕세자실로 발신한 전화 통화기록 4건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보도의 출처는 공개하지 않았다.

터키 친정부 매체인 예니샤파크는 앞서 카슈끄지 피살 당시 담긴 녹음을 직접 들었다면서, 카슈끄지가 손가락이 절단되는 등 고문을 당한 후 살해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날 보도는 카슈끄지가 주(駐)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 안에서 숨진 당일, 현장에 있던 사우디 요원 마헤르 압둘아지즈 무트레브가 본국의 왕세자실 책임자 바데르 알아사케르와 4차례 통화했다며 통화 당사자 실명을 적시했다. 무트레브는 최근까지 무함마드 왕세자의 해외 방문 수행단에 포함됐으며 언론에 사진이 공개된 인물이다. 사우디 요원 일행은 미국 내 한 번호로도 전화를 걸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카슈끄지 사망에 관여한 사우디 요원 일행이 사건 당일 카슈끄지 ‘대역’을 내세워 그의 죽음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 제기도 나왔다.

터키 경찰이 1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실종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이스탄불 소재 사우디 영사관저 앞으로 모이고 있다. 이날 터키 경찰은 사우디 영사관저 수색을 실시했다. (출처: 뉴시스)
터키 경찰이 1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실종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이스탄불 소재 사우디 영사관저 앞으로 모이고 있다. 이날 터키 경찰은 사우디 영사관저 수색을 실시했다. (출처: 뉴시스)

이날 미국 CNN은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에 들어갈 당시 입은 것과 같은 셔츠와 바지, 재킷을 입은 한 남성이 다른 한 명과 함께 총영사관 뒷문으로 나오는 모습이 담긴 감시 카메라 영상을 공개했다. CNN은 익명의 터키 당국자를 인용해 사우디 요원들이 일행 중 한 명에게 카슈끄지의 옷을 입혀 그가 살아서 영사관을 나간 것처럼 보이려고 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사회는 사우디 정부의 ‘왕실과 무관’ 발표내용에 대해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터키 대통령실은 21일 성명을 통해 “에르도안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카슈끄지 사건이 모든 측면에서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미국 여야 상원의원들도 사건 배후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정면으로 지목하고, 이 중 일부는 왕세자 교체 필요성도 제기하고 나섰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3개국은 21일 공동성명을 내고 카슈끄지 사망 사건과 관련해 추가 조사를 통해 사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3개국은 공동 성명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발표한 추정 외에 지난 10월 2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시급한 해명이 필요하다”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관한 추가적인 설명의 신뢰성에 근거해 우리는 최종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은 사건의 진상이 완전히 규명될 때까지 사우디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국제사회가 쉽게 이 문제를 거둬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여 사우디 왕실이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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