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서울시 주최로 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등 4대 종단이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한국사회의 자살예방을 위한 포럼’에 앞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2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서울시 주최로 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등 4대 종단이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한국사회의 자살예방을 위한 포럼’에 앞서 각계 관련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2

2017년 자살, 사망원인 5위

종단별 자살 예방 노력 소개

자살 예방, 종교 역할 강조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자살 문제는 이제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심각한 사회 문제이며, 모두가 함께 동참해 예방하고 돌아봐야 할 문제다.”

서울시 주최로 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등 4대 종단은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현대인들의 삶과 죽음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한국사회의 자살 예방을 위한 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생명존중 문화 확산과 자살 예방을 위해 국가기관과 종교계를 비롯한 시민단체와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특히 “생명의 가치를 근간으로 하는 종교단체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각 종단별로 생명 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과, 실질적인 자살 예방 활동이 진행된다면 한국사회의 자살률은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포럼은 한국사회의 자살 예방과 생명문화 확산을 위해 종교계와 함께 진행된 ‘살(자) 사(랑하자) 프로젝트’ 4주년을 맞아 마련됐다.

포럼 발표로는 이영문 아주대학교 교수(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가 ‘종교, 생명의 길을 함께 걷다’를, 안양감리교회 임용택 목사가 ‘생명을 살리는 개신교회의 역할과 책임’을, 대한불교조계종불교상담개발원장 가섭스님이 ‘불교의 생명존중사상과 사회적 역할’을,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장 최형규 신부가 ‘생명존중사회를 위한 가톨릭교회의 역할과 활동’을 주제로 나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자살은 사망원인 5위에 올라 있으며, 한 해 1만 2463명으로 10대와 20대, 30대의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살예방에 대한 정책과 각계의 노력으로 줄어드는 양상이지만, 여전히 OECD 평균 11.9명에 비해 한국은 24.3명으로 두 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가섭스님은 “오늘날 한국인에게 있어서는 더 많이 갖고자 하는 욕구의 문제, 물질적 가치가 행복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믿음 등 현재와 같은 가치 지향을 극복하지 않고는 자살률을 낮추기 어렵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불교적 생명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고 존귀함을 인정받게 된다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했다.

그는 또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명상의 확산, 자비의 영역에서 자비행이라는 실천적 방법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임용택 목사는 “기독교적 영성은 생명을 살리는 영성이요 실천적인 영성이 돼야 한다”며 “교리와 영성이 사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살이 죄냐 아니냐의 문제는 교리나 윤리적인 측면에서 중요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생명을 살리지 못하는 교리나 규범이 무슨 가치가 있으며, 어느 누가 그런 종교에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형규 신부는 “생명존중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긴 안목을 가지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이는 인식의 문제로서만이 아니라 실천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간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참여와 희생이 필요하다고 했다.

황순찬 서울시자살예방센터장은 “한국사회의 심각한 자살의 이유는 정신건강, 경제적 원인, 정치·사회적 원인 등 개인과 사회의 전 분야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이에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정신의료, 상담, 종교 등 모든 사회 분야가 지역과 공동체 속에서 협력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종단 관계자들은 각각의 종단이 보는 관점에서 생명과 자살 문제를 학문적으로 정리하고, 종단별로 행해지는 자살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소개했다.

이밖에 자살 예방을 위해 종교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영문 교수에 따르면 종교는 자살 예방을 넘어선 모든 사회 담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종교의 치유능력은 존재 불안을 지닌 인간의 안정을 돕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고 영혼의 안정까지 확대된다고 했다. 그는 또 종교는 인간의 비정상성으로 분류된 것을 포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상성의 범위를 더 넓히고 인간 존엄성에 바탕을 둔 사회공동체 건설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 교수는 또 “자살 문제로 인한 상담 현장에 맞닿는 많은 문제들이 비이성과 이성의 충돌”이라면서 “당연히 자살은 비이성적 행동으로 규제돼야 하지만, 이성적으로 이해돼야 하고 감정적으로 공감 받아야 하는 이중성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들은 ‘한국사회 자살 예방을 위한 종교계 실천선언문’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 ▲종교계는 한국사회 자살 문제에 대해 공동의 책임을 느끼며, 자살로 고통 받는 이웃과 함께할 것 ▲종교계는 생명을 살리고 회복하는 일에 함께함으로써 자살을 줄이고 생명 사회를 만들어나갈 것 ▲종교계는 자살로 인해 고통 받는 이웃들과 상실의 고통 가운데 있는 가족들을 돌보며 협력할 것 ▲종교계는 자살 예방을 위한 국가정책과 함께 하며 생명존중의식 증대와 생명존중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할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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