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가 1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실에서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2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가 1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실에서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17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구하라 관련사건 이후 피해 상담 증가”

“수요 증가에 유통 산업 카르텔 커진 것”

“정부, 불법영상 컨트롤 프로세스 구축해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리벤지 포르노, 디지털 성범죄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유통차단에 있습니다. 유통이 차단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지 말자’고만 하면 막을 수 없습니다. 유통이 근절돼야 불법촬영물을 소비하는 문화적인 구조도 해체할 수 있습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지난 1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리벤지 포르노’의 해결책을 묻자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현재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과 정책제도개선, 인식 개선 교육을 추진하며 사이버 성폭력 근절을 위해 앞장서 뛰고 있다. 지난해 출범해 현재 20~30대 여성 직원 8명이 활동하고 있다.

서 대표는 “최근 구하라 관련 리벤지 포르노 협박 사건으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 상담수가 전보다 늘어났다”고 말했다. 실제 서 대표에 따르면 하루 평균 4~5건이던 디지털 성범죄 피해 상담 수는 하루 평균 7건 정도로 증가했다. 불법촬영물로 협박을 당하고 있다는 ‘협박 상담’ 비율도 이전보다 크게 늘어났다.

이에 대해 서 대표는 “영상 유포 자체가 곧 성폭력이라는 걸 모르셨던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며 “최근 사건을 보고 ‘아 이것이 성폭력이구나’ 깨닫고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인식하셨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란 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할 목적으로 사귈 당시 촬영한 나체 사진이나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는 행위를 말한다. 가수 구하라의 남자친구였던 최종범씨가 성관계 동영상을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최근엔 팝 아티스트 낸시랭이 남편 왕진진(본명 전준주)으로부터 리벤지 포르노 협박을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다시 논란이 재점화 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리벤지포르노 처벌 요구.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리벤지포르노 처벌 요구.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리벤지 포르노 유포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피해 상담 206건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비동의 성적촬영물(리벤지 포르노) 유포가 100건(48.5%)으로 가장 많았다. 유포 피해 상담 건수 중 유형은 전 애인으로부터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54건(54%)으로 가장 많았다.

서 대표는 “리벤지 포르노는 데이트 폭력의 연장”이라며 “주로 연인 간 헤어지는 관계에서 ‘네가 감히 나에게 헤어지자고 요구하다니’ ‘내가 원치 않는 관계의 종결을 얘기한 너에게 위해를 가하고 싶다’는 복수의 심리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 대표는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유통 산업 구조의 문제를 지적했다. 음란영상물 등의 주요 유통 플랫폼으로 불리는 웹하드 사업체에선 저작권이 있는 영화나 드라마 콘텐츠의 경우, 저작권자가 수익의 70%를 가져간다. 하지만 불법촬영물의 경우 저작권이 없어 웹하드 업체에서 70%를 가져간다. 때문에 웹하드 업체 측에서는 피해 촬영물이 수익이 많이 되는 콘텐츠라는 게 서 대표의 설명이다. 웹하드는 공유 사이트의 서버에 한 개의 파일을 올려놓으면 여러 사람이 동시에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가 1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실에서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2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가 1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실에서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17

서 대표는 “이미 형성된 취향으로서의 수요시장이 크고 그것이 많은 수익이 되다보니 웹하드 등 업체에서는 이것을 적극적으로 유포 시키려고 한다”며 “수요가 많다보니 이것을 유통하는 산업 카르텔 자체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불법 포르노 사이트 같은 경우 90%정도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규제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서 대표가 이끄는 센터는 해결책을 찾고자 미국과 독일, 호주 등에 있는 비정부기구(NGO)와 협약을 맺고 불법촬영물 피해자 지원을 위한 국제연대 구축에 나섰다. 특히 미국 사이버성폭력 피해자 지원단체인 ‘사이버시민권리구상(CCRI)’과 연대해 미국 연방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국내에선 주로 웹하드를 통해 피해 영상이 유출 된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소관부처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웹하드 등에 유출되는 불법촬영 피해 영상물에 대해 컨트롤 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서 대표는 ‘혜화역 시위’ 등 불법촬영을 근절하라는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해 “불법촬영 문제가 갑자기 심각해진 게 아니라 원래 심각했기 때문에 터져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 많은 여성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중심의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천지일보=이지예 기자] 제4차 ‘몰래카메라(몰카)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가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이 선글라스와 모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구호를 힘껏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4
[천지일보=이지예 기자] 제4차 ‘몰래카메라(몰카)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가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이 선글라스와 모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구호를 힘껏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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