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프란치스코 교황 면담 (출처: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프란치스코 교황 면담 (출처: 연합뉴스)

“종교 정책 문제” vs “이웃종교 기쁨은 함께”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교황 예방 및 미사와 관련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법보신문 논설위원)이 문 정부의 종교 정책에 문제 있다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20일 법보신문 기고를 통해 “문 대통령이 취임한 뒤 곧바로 미국‧중국‧러시아‧일본‧유럽연합과 독일 등 주요 국가에 특사를 보내는 것은 필요한 조치였다”면서도 “로마교황(왕)청에까지 현직 가톨릭 신부를 대통령 특사로 보낸 데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고 다소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중남미 국가들과 스페인·포르투갈처럼 전 국민의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경우와 달리 대한민국은 가톨릭 국가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후 청와대로 신부와 수녀들이 들어가서 축복 기도를 해준 사실이 연합뉴스 등 언론에 공개된 것도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대통령 내외가 청와대 관사로 입주하기 전에 사저 인근 성당에 가서 기도를 드린 것으로 아는데, 실은 그 정도에서 마쳐야 옳았다”며 “대통령은 개인 문재인보다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는 동시에 책임도 더 무거워지는 ‘헌법 기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교황 알현을 마치고 나왔던 문 대통령이 밝은 표정이었다’고 전한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알현은 ‘지체가 높고 귀한 사람을 찾아가 뵘’이라는 뜻으로 풀이하는데, 이 말은 대한민국 대통령은 조선시대 왕이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중국의 명‧청 황제로 높이 본다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알현’이라는 표현을 쓴 것 자체에 이미 청와대가 종교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8일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종평위)도 바티칸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 미사에 문 대통령이 참석한 장면이 생중계된 데 불편한 입장을 보였다.

조계종 종평위는 성명을 내고 “특별 미사가 우리나라 공중파 등 몇몇 방송사를 통해 생중계로 국민에게 전한 것은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희망과 열의가 녹아있음과 동시에 보통의 상식을 넘어선 특정 종교에 대한 과도한 모습으로도 비춰지고 있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 불자인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지난 19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이웃 종교가 강조됐다고 말하고 나선 이들의 의식 수준이 너무 어이없다”며 “이들에겐 종교 평화라는 말이 그저 각 종교 간에 균등한 대우를 의미하는가 보다”라고 비판했다.

우 교수는 “종교평화란 이웃종교의 기쁨을 같이 기뻐해주고 슬픔을 같이 슬퍼해주는 것”이라며 “불교에서도 강조하는 평화의 가치를 제대로 안다면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 미사에 대해 종단 스스로가 더욱 강조하고 널리 알리는 것이 성숙한 종단의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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