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현지시간) 네바다 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6일 중간선거 지원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지난 20일(현지시간) 네바다 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6일 중간선거 지원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미-러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폐기 움직임에 미 공화당 반발
동유럽 공산정권 해체한 ‘고르비의 신사고’ 역사와 함께 한 조약 
트럼프, 핵탄두 감축 ‘New START’ 탈퇴도 만지작… 신 냉전 우려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한반도 비핵화 등 과거 냉전의 산물을 종식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 감축을 위한 협약들을 탈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미국 공화당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6일 중간선거 지원유세를 위한 네바다 주 연설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31년 전에 체결한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에 대해 “협정을 폐기하고 탈퇴하려고 한다. 러시아 정부가 합의를 위반했다”며 그야말로 폭탄선언을 했다.

이에 21일 CNN에서는 공화당 소속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이 “엄청난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핵무기 통제 협정들을 무효로 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CNN에서 코커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0년 미국과 러시아 양국이 보유 핵탄두를 제한하는 신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까지 탈퇴하려고 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INF는 소위 고르비의 신사고로 불리는 동유럽 공산국가들이 공산주의에서 민주주의로 향하는 시점에서, 1987년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이 맺은 조약이다. 이는 사거리가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냉전시대 군비경쟁을 종식하는 계기로 꼽힌다.

이를 통해 미국과 러시아는 1991년 6월까지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 2692기를 폐기할 수 있었다. 다만 이후 러시아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미국도 2000년에 들어서 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양국은 INF를 위반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만약 미국과 러시아 간 INF가 폐기되면 여기에 중국까지 미사일 개발에 뛰어든다면 크게는 미·중·러 3국의 핵·탄도미사일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공화당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은 “역사적인 협정에서 탈퇴하는 것은 경솔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옹호해왔던 인물로 알려졌지만 이번에는 반대편에 선 것이다.

폴 의원은 “미국과 러시아가 기존 (INF) 협정을 끝낼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중국의 중거리 미사일 개발이 문제가 된다면 중국과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옳다. 새로 보완해 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도 이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은 성명을 통해 “INF는 유럽 방위 체계의 중요한 축”이라면서 러시아가 이를 위반 의혹이 생길 때마다 독일이 러시아 정부에 자제를 촉구한 만큼 미국도 INF 탈퇴 결정에 따른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영국은 INF 파기를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러시아가 이를 어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개빈 윌리엄스 영국 국방장관은 “우리의 매우 가깝고 오래된 동맹은 미국이다. 러시아가 조약의 의무를 지킬 필요가 있다는 미국 입장과 확고히 함께 한다”며 이처럼 밝혔다.

윌리엄스 장관은 “러시아가 조약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 당연히 조약이 지속되기를 원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양자가 모두 이를 지켜야 한다”면서 “이를 위반한 러시아가 먼저 처신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