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정상회담의 쟁점은 ‘북한의 비핵화’다. 북한 비핵화 가능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여전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거리 핵무기 폐기 조약(INF)의 파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을 다음 주 러시아에 통보할 계획이란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나왔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정을 파기할 경우 취임 이후 주요 군축협정의 첫 파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NYT는 “미국이 타국에 핵전력 포기를 요구하는 동시에 자국의 핵전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일례로 기존 핵확산금지조약(NPT)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있지만, 다른 국가의 핵무기 개발은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월 신형 핵미사일 개발을 발표하는 등 신무기 개발을 공식화하자, 러시아에 INF를 준수하라고 촉구해 왔다.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INF는 인류 최초 핵전력 군축조약으로 꼽힌다. 

북한엔 연일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자신들은 핵무기 증강을 위해 협정까지도 하루아침에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미국의 행보는 독재자의 폭정을 보는 듯하다. 핵무기는 누가 터트려도 인류의 공멸을 초래한다. 이를 알면서도 세계 제일 경제대국이라는 지위를 악용해 마치 자신들이 만든 핵무기는 선한 도구인양 증강에 주력하는 미국의 이율배반적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곧 유엔의 날이다. 유엔창설에 가장 주도적 역할을 한 미국은 유엔헌장을 무시하면서까지 전쟁을 일으켜왔다. 북한을 못 믿겠다고 비난하지만 가장 힘 있는 미국이 협정까지 하루아침에 뒤집으니 누가 더 위험하고 더 못 믿을 존재인지도 의심스러워진다. 전쟁에 승자는 없다. 터지면 인류를 멸망으로 인도할 핵무기가 善한 도구가 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미국의 핵무기 증강시도가 사실이라면 국제사회가 나서 막아야 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