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기술경영학 박사

 

지난주 칼럼에서 소개한 튜링의 ‘기계학’적인 접근방법에 대해 좀 더 상세히 알아보자.

1920년대 당시 수학계의 거장인 힐베르트(D. Hibert; 1862~1943)는 수학적 차원에서 몇 가지 의문을 제시했는데, 그것은 “그간의 수학자들의 업적을 정리해 보면, 몇 가지 추론법칙을 조합하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몇 개의 추론 규칙을 제시하면 앞으로 수학자들이 증명할 명제 또한 모두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으며, 이는 “모든 수리 명제를 자동으로 만들어 낼 날이 올 수도 있겠구나”라는 추정을 하게끔 이끈다.

그러나 괴텔이 “기계적인 방식만으로는 수학의 모든 사실을 구성할 수 없다”는 ‘불완전성의 원리’를 주장하면서 이 같은 추리는 불가능함을 주장했는데, 1936년 튜링은 ‘계산가능한 수에 대해, 수리명제 자동생성 문제에 응용하며’라는 논문에서, 괴텔의 ‘불완전성의 원리’를 기반으로 이를 기계적인 단순함과 상호 연관성이라는 방식으로 재현코자 튜링머신을 제시했다.

튜링머신은 무한한 칸을 가진 테이프에 기호를 넣고, 역시 무한한 상태와 그 상태를 나타내는 작동 규칙표가 있다면, 어떠한 계산이나 명제도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실제로는 기호, 상태, 규칙의 무한함은 불가.) 본 알고리즘이 바로 현대 컴퓨터 구조의 시발점이 됐는데 오늘날의 컴퓨터는 ‘1’과 ‘0’의 조합으로 된 이진수를 사용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우리가 고유하게 사용하고 있는 한글, 영어와 같은 고유언어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이진부호로 변환해 주는 컴파일러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동작시키는 일련의 알고리즘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때 사용되는 동작형식이 튜링머신에서 제안한 작동방식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테네시주립대의 페티교수는 “튜링머신의 개념은 디지털컴퓨터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모델화할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 같은 튜링의 아이디어는 유한한 일련의 기호를 다루는 모든 알고리즘이 컴퓨터를 사용하는 절차로 간주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는 튜링머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거나 명제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어떠한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가, 혹은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 해결 접근방식에 대한 영감을 후대의 과학자 특히 컴퓨터 분야 과학자들에게 인식시켜 주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즉 튜링머신은 괴텔이 주장한 ‘불완전성의 원리’를 증명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무한히 기록되는 테이프와 이들의 연산이 이루어지게 하는 알고리즘만 있으면 어떠한 계산이나 명제가 해결될 수 있으나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는, 다시 말하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는 궁극의 기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불완전성’을 기계작동의 알고리즘을 통해 보여주면서 괴텔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것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바로 이 논리적 아이디어에 의해 불완전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연구가 지속됐고, 비록 완벽한 무결점의 기계는 있을 수 없지만, 그러한 것에 도달하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고성능 컴퓨터가 출현한 것이며, 산업의 발전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불과 24살에 현대컴퓨터의 기초를 수학적 방식으로 제시한 튜링을 칼럼에 재차 언급하는 것은, 문제에 부닥쳤을 때 이에 대면하는 그의 직관과 명료한 해결책, 그리고 깊은 통찰력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최근 실업률, 특히 청년실업률이 정치권의 정쟁거리가 되고 있으며, 야권은 연일 정부가 실업률 해소에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물론 정부의 적절한 방향 수립과 정책적 지원 등으로 좋은 일자리를 최대로 창출해, 모든 이들이 원하는 직업을 갖게 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후대를 짊어지고 이끌어나가야 할 청년들에게 분명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세상 어디에도 편하고, 스트레스 없으며, 월급은 많이 주고, 정년은 보장되는 직업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바로 경제학적인 ‘불완전성의 원리’인 것이다. 모든 청년들에게 부과된 이 불완전한 실상을 극복하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우리나라 청년들의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도전의식과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급속한 환경의 변화가 존재하는 IT산업에서 더욱 그러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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