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아셈(ASEM, 아시아유럽정상회의) 등 7박 9일간의 유럽순방 일정을 마치고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해 인사를 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아셈(ASEM, 아시아유럽정상회의) 등 7박 9일간의 유럽순방 일정을 마치고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해 인사를 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7박 9일 유럽 순방 마무리
교황 ‘방북 수락’ 최대 성과
유럽국가, CVID 원칙 재확인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7박 9일간의 유럽 순방 일정을 마쳤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수락을 이끌어내고, 한반도 평화 구상에 대한 지지 기반을 유럽 지역에 확대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원했던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국제적 여론 확보엔 실패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과 북한 간에 2차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상황 속에 유럽행에 오른 문 대통령은 프랑스를 필두로 이탈리아, 바티칸 교황청, 벨기에, 덴마크 등 5개국을 방문했다. 또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와 영국 정상과 만나 대북제재 완화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주력했다.

가장 큰 성과로는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방북 의사를 확인 받은 점이 꼽힌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달하자, 교황은 “공식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며 사실상 방북을 수락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교황의 방북이 실현될 경우 평화 분위기 확산과 함께 미국 정치권 등 국제적인 여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문 대통령의 평화 행보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방북이 예정대로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교황 측이 북한의 공식 초청을 전제로 방북을 수락했기 때문에 북한에서의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국제적인 흐름도 변수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아 교황 방북이 쉽지 않다는 시각도 많다.

이번 방북 기간, 대북제재 완화 문제는 문 대통령의 뜻대로 잘 풀리지 않았다.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공감대 확산에 실패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등 유럽 정상들을 상대로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 완화가 북한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이들은 안보리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원칙을 고수한 것이다. 유럽 순방 중 열린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에서도 각국 정상들은 북한이 CVID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사실상 대북제재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보조를 맞춘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하기 전까진 대북제재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강화해야 한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으로선 대북제재 완화를 국제적 공론의 장으로 끌어오긴 했으나, 핵심 당사국으로부터 공감대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일각에선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미국의 대북제재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문 대통령의 대북제재 완화 시도가 한미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한 국제사회에 문 대통령이 북한의 입장을 반영한 외교 행보를 보임으로써 사실상 북한의 대변인이라는 인상을 자초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문 대통령의 유럽 순방 결과에 대해 “유럽방문에서 문 대통령의 성급한 대북제재 완화 주장은 효과가 없었고, 우리나라가 북한 입장을 대변해서 대북제재 국제공조를 이완시키려고 시도한다는 인상만 심어줬다”고 혹평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