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양산=김태현 기자] 경남 양산에 위치한 A산부인과 가족분만실에서 유도분만 중 의식을 잃었던 아내가 회복하지 못하고 현재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의사 소견을 받은 남편 김씨가 지난 15일부터 해당 산부인과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9
[천지일보 양산=김태현 기자] 경남 양산에 위치한 A산부인과 가족분만실에서 유도분만 중 의식을 잃었던 아내가 회복하지 못하고 현재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의사 소견을 받은 남편 김씨가 지난 15일부터 해당 산부인과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9

아이는 결국 사망, 산모 ‘저산소성 뇌손상’ 판정

산부인과 “도의적으로 죄송하다” vs 피해자 “처벌 원한다”

주치의 “간호과장, 진통기록지 왜 그렇게 적었는지 모르겠다”

네티즌 “해당 산부인과 의료사고 한두 번 아냐”

[천지일보 양산=김태현 기자] “저는 산모의 남편이며 사망한 신생아의 아빠입니다. 너무 억울해서 살아갈 자신이 없습니다”

최근 경남 양산에 위치한 A산부인과 가족분만실에서 유도분만 중 의식을 잃었던 산모가 회복하지 못하고 ‘저산소성 뇌손상’ 판정을 받았다. 이에 남편 김모(37)씨는 지난 18일 “경남 양산시 모 산부인과 의료사고입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산모의 남편입니다)”라는 호소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김씨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김씨의 아내 B씨는 출산을 위해 A산부인과 가족분만실에서 유도분만을 위해 진통을 하고 있었다. B씨의 진통이 시작되자 주치의와 간호과장은 내진을 마쳤고 아이의 머리가 크다고 여긴 간호과장은 산모의 배 위에 올라가 배밀기를 했다. 그래도 나오지 않자 두 번째 배밀기를 하던 중 산모는 의식을 잃었다.

배밀기로 인해 산모가 의식을 잃기 전 간호과장은 주치의에게 “원장님 배밀기 할까요?”라고 물었고 주치의는 “배를 밀어도 돼요?”라고 되물었다. 이어 간호과장은 “다른 병원에서는 다 밀어요”라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 이후 산모는 가족분만실에서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부랴부랴 수술실로 옮겨졌고 20분쯤이 지나서야 주치의는 김씨에게 “산모가 호흡이 없어 대학병원으로 옮겨야 된다”고 통보했다.

이후 산모는 양산의 모 대학병원으로 25분여 만에 이동됐고 대학병원 측은 제왕절개수술을 해 아이는 태어났으나 안타깝게도 이틀 만에 사망하고 산모는 현재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의식불명으로 입원 상태다.

김씨는 “당시 분만 중 호흡이 없다고 말한 의사가 산부인과에서 대학병원까지는 약 3㎞(3분 거리) 떨어진 거리에 있었는데 왜 25분 정도를 지체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김씨는 지난달 27일 산부인과를 찾아가 의료기록을 열람한 결과 LABOR RECORD(진통 기록지)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김씨는 “당시 간호과장이 작성한 진통 기록지에는 가족분만실에서 아내가 의식이 있을 때 산부인과 측은 산소를 공급한 적이 없는데 ‘공급했다’고 적혀있었다”며 “의식을 잃었을 때도 ‘산소가 계속 들어가고 있음’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조작됐음을 주장했다.

이어 “당시 수술실로 옮길 때까지 저와 산모, 주치의, 간호과장, 중간중간 분만실을 들락거렸던 보조간호사 등 5명이 있었다”며 “그런 가운데 한손으로 소극적인 심폐소생술이었음에도 LABOR RECORD에는 ‘심폐소생술 실시 및 2, 3과 원장이 돌아가면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고 기록돼 있었고 명백한 의료사고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분만실엔 CCTV가 없으니 확인할 방법이 없는 현실에 가슴이 타들어 간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청원 이틀 만인 19일 오후 8시 현재 6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출처: 게시판 캡처) ⓒ천지일보 2018.10.20
청와대 게시판에는 청원 이틀 만인 19일 오후 8시 현재 6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출처: 게시판 캡처) ⓒ천지일보 2018.10.20

당시 주치의는 모 대학병원으로 후송까지 25분이 걸린 상황에 대해 “산모가 실신 후 조치하는 과정에서 심장이 잘 안 뛰는 상황이었고 심정지가 올 수 있다고 판단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했다”며 “당시 간호과장의 진통 기록지와 제가 기록한 기록지가 틀린 것은 사실이다. 간호사가 왜 그렇게 적었는지 모르겠다. 간호과장이 경찰 조사에서 제대로 이야기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김씨는 “첫째 딸은 아직도 엄마가 동생을 낳아서 병원에서 치료하고 있는 줄 압니다. 매일 엄마와 동생을 보러 가자고 할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면서 “8살 된 딸아이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하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김씨는 현재 A산부인과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하고 지난 15일부터 해당 산부인과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이 같은 김씨의 주장에 대해 지난 18일 오후 산부인과 C원장(주치의)은 “병원에서 사고가 안 일어날 수는 없지만 사고가 생긴데 대해 뭐라 할 말이 없다. 도의적으로 죄송하다”며 “경찰 조사가 시작된 상황에서 현재 관계자들 모두 조사를 받고 있고 최종 결과에 따르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지난 18일 김씨의 억울한 사연이 청와대 게시판은 물론 SNS에 올랐으며 읽은 네티즌들은 “글만 읽어도 울컥합니다. 반드시 진상 조사가 필요합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청원에 동의합니다” “그 산부인과 의료사고 한 두 번이 아니다” 등의 댓글이 빗발치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지난 18일 시작된 청원에 3만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이틀 만인 19일 오후 8시 현재 6만명이 넘게 청원에 참여했다. 청원 마감은 내달 17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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