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자신의 집무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 정부의 대북제재 해제 검토와 관련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자신의 집무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 정부의 대북제재 해제 검토와 관련 "우리의 승인 없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뉴시스)

NYT “중거리 핵무기 폐기조약 파기 러시아에 통보”

주요 군축협정 첫 파기 가능성… 핵개발 경쟁 우려

‘이중적 행보’ 트럼프 행정부, 핵무기 현대화 추진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거리 핵무기 폐기 조약(INF)의 파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을 다음 주 러시아에 통보할 계획이란 보도가 나왔다. 이에 따라 이란 핵협정 파기를 선언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해온 트럼프 행정부가 이중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수년간 이 조약을 위반하고 있고, 중국이 중거리 핵을 증강하고 있지만, 이에 대처하기 위한 미국의 신무기 개발을 이 조약이 제약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조약 파기를 준비해 왔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협정을 파기할 경우 취임 이후 주요 군축협정의 첫 파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백악관은 협정 파기 여부에 대한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NYT는 전했다.

앞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월 신형 핵미사일 개발을 발표하는 등 신무기 개발을 공식화하자, 미국은 러시아에 INF를 준수하라고 촉구해 왔다.

INF는 인류가 최초의 핵전력에 대한 군축을 약속한 조약으로 꼽힌다. INF는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한 조약이다.

사거리 500~5500㎞인 중·단거리 핵무기의 생산,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정 무기체계를 금지한 조약이지만, 미국과 러시아 간 핵전쟁 가능성을 약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따라서 미국이 INF 폐기를 선언할 경우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의 핵개발 경쟁이 가속화돼 신(新)냉전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핵무기에 대해 언행 불일치 행보를 보이는 건 전혀 새롭지 않다. 미국 정부는 핵무기 감축을 표면적으로 앞세우며 약소국에는 핵무기를 포기하라고 압박하면서도 자국의 핵무기 능력은 증강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이 핵무기를 증강하면서 다른 국가에 핵을 포기하라고 촉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를 대대적으로 증강하는 등 오바마 전 대통령과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7000억 달러(약 790조원), 내년에 7160억 달러의 국방예산을 확보했다. 특히 앞으로 30년에 걸쳐 1조 2000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핵무기 현대화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와 에너지부는 지난 5월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사바나 리버 원자력연구단지에서 차세대 핵무기의 핵심 부품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으로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예고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이었다.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노후화한 핵무기를 새로운 핵무기 수백 기로 전환하는 이 작업은 사바나 리버 핵시설에서 진행된다. 이 작업에서 ‘핏(pit)’이라는 핵심 부품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폭발력은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무려 1000배에 달한다고 한다.

NYT는 “미국이 타국에 핵전력 포기를 요구하는 동시에 자국의 핵전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일례로 기존 핵확산금지조약(NPT)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있지만, 다른 국가의 핵무기 개발은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핵 강대국이 핵전력 증강 경쟁을 벌이면, 그만큼 핵전쟁의 위기가 커질 수 있고, 다른 국가의 핵폐기를 설득하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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