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는 시작부터 야당 의원들의 강경한 발언으로 시작됐다. 서울교통공사의 이른바 ‘고용세습’에 대해 분노하는 민심을 대변한 듯 파상적인 공세였다. 이 자리에 선 박원순 서울시장은 딱히 할 말이 없는 듯 “회사 내에 가족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비리가 있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며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한 만큼 결과를 보고 조치하겠다는 말을 했다.

박원순 시장의 말대로 감사원 청구는 좀 더 지켜 볼 일이다. 그러나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난 자료를 보면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 직원 1만 7084명 중 11%가 넘는 1912명이 친인척 관계로 나타났다. 이것도 ‘자체 조사’인 만큼 좀 더 엄정하게 조사한다면 그 비중은 더 높을 수도 있다. 아무튼 한 회사에 2천여명이나 함께 친인척이 근무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민간 기업에서도 이런 사례가 흔치 않을 터인데 명색이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 이런 현실이라면 뭔가 잘못 돼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서울교통공사 자체 조사에 따르면 친인척 직원 1912명 가운데 108명은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한 뒤 올해 3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중에서 자녀가 31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형제·남매가 22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침을 잘 아는 내부 인사들에 의해 집단적으로 구체적인 실행이 뒷받침 됐을 것이라는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 무기계약직은 공채와는 달리 필기시험과 인성 검사를 거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내부 방침을 잘 아는 부모가 아들, 딸에게 어렵지 않게 무기계약직으로 입사케 하고 그 뒤에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자유한국당은 서울교통공사 김모 인사처장이 친인척 명단에 자신의 아내 이름을 뺐으며, 김 처장의 아내는 2001년부터 서울교통공사 식당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다가 올해 정규직이 됐다고 밝혔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자는 사회적 요구가 기껏 이런 식으로 변질․ 왜곡되고 있다면 이 문제를 단순하게 볼 일이 아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단물은 특정 계층이 독점하고 그 사회적 비용은 국민 모두에게 전가하는 등 오히려 ‘더 나쁜 일자리 정책’으로 전락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에 대한 문제는 당장 국정조사부터 실시해야 한다. 벌써부터 자료를 숨기거나 거짓으로 발표하는 단계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 국정조사권을 발동해서 더 이상의 은폐나 폐기가 없도록 해야 하며 위법사항이 나온다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서 그 뿌리를 잘라내야 한다. 역대 최악의 실업난으로 또는 서러운 비정규직에 좌절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서울교통공사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와 수사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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