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계강자가 정치에 대해 물었다. 이에 공자가 말하기를 “정치란 바로잡는 것이다. 그대가 솔선수범한다면 감히 누가 바르게 하지 않겠는가(政者, 正也. 子帥以正, 孰敢不正)?” 논어의 ‘안연(顔淵)’편에 나오는 얘기다. 이처럼 우리 국민의 정치의식 내면에는 정치를 ‘정의’라고 설명한 공자의 얘기가 깊숙이 내재하고 있다. ‘정치 디엔에이(DNA)’라고 해도 좋다. 그래서 정치인들에게 시대를 관통하는 혜안(慧眼)과 대중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 그리고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여전히 국민의 눈높이와는 멀어도 너무나 멀어 보인다. 시대를 관통하는 혜안은커녕 시대를 거꾸로 돌리려는 무지와 오만함이 넘치고 있다. 국민의 평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치인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리고 대중을 이끄는 리더십이란 말도 너무 높은 개념처럼 보인다. 대중을 이끌기는커녕 대중을 선동하고 이간질하면서 그 분열적 행태를 발판으로 입신하려는 정치꾼들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현실이 이럴진대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 얘기는 해서 뭣하겠는가. 우리 정치의 천박함만 드러낼 뿐이다. 언제쯤 ‘정치와 도덕성’이 시대의 화두가 될 수 있을지가 궁금할 뿐이다.

박용진, 한국정치의 희망을 말하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하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사립유치원만 그렇겠느냐, 어린이집도 마찬가지라는 폭로성 얘기도 쏟아지고 있다. 이쯤 되면 영유아 교육체계 전반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아니 어쩌면 이미 오래된 적폐가 이번에 한꺼번에 터진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사립유치원 등의 내부 비리는 알 만한 사람은 이미 알고 있던 얘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용진 의원이 그 적폐의 진상을 국민에게 알리는 물꼬를 텄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영유아 교육은 모든 교육의 시작이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집 밖으로 나가 친구들과 함께 선생님을 만나는 공간이다. 그러나 긴장되고 설레는 생애 첫 교육 공간이 일부 원장들의 비리와 부패로 얼룩져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이 땅에서 교육을 말할 가치가 없다. 게다가 일부 원장들의 행태는 차마 눈뜨고 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천박하고 야비하다. 죄질이 몹시 나쁘다는 얘기다. 혈세로 지원되는 아이들의 지원금이 자동차 구입이나 숙박업소, 노래방 등에도 사용됐다. 심지어 명품 가방이나 성인용품 등을 구입하는 데도 쓰였다고 한다. 그리고 특정 업체와 짜고 교재비를 부풀린 뒤 차액을 돌려받는 식의 ‘기업형 비리’도 적발됐다. 이런 유치원을 믿고 아이들을 맡긴 학부모들의 심경은 말해 무엇 하겠는가. 교육시설이 아니라 아이들을 볼모로 혈세 빼먹는 ‘비리 업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현실이 이런데도 그 주변의 관계자들이 쉬쉬하며 오늘 여기까지 이르렀다는 점이다. 그 많은 국회의원들, 명색이 감사를 했다는 교육청 관계자들 그리고 엄청난 혈세를 지원하면서도 감시에는 눈을 감아버린 정부 관계자들은 다 어디로 갔다는 말인가. 이제 와서 부랴부랴 ‘후속 대책’ 운운하는 모습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에 다름 아니다. 참담함을 넘어 분노마저 치민다.

그러나 이런 참담함과 분노 속에서도 ‘박용진’을 발견한 것은 우리 정치의 희망을 발견한 것처럼 반갑다. 박 의원도 자신의 지역구에 사립유치원이 있을 것이며 그들의 ‘단합된 표심’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마저 물리력으로 막은 사립유치원장들의 행태도 현장에서 목격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박 의원은 흔들리지 않았다. 아니 더 강한 톤으로 우리 아이들을 위한 교육의 미래를 역설하며 사립유치원들의 비리 근절을 다짐하고 있다. 모처럼만에 참으로 훌륭한 정치인을 발견한 느낌이다.

여론도 크게 움직이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또 이른바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 박용진 의원에 대한 칭찬과 훈훈한 얘기들이 회자되고 있다. 이것은 특정 정치인에 대한 선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시대의 정치와 그 정치가 가야 할 길을 고민하는 국민에게 박 의원이 던져주는 신선한 메시지이며 동시에 표상이다. 그리고 한국정치에도 박용진 같은 정치인이 있다는 위안과 자긍심의 발로이기도 하다. 모두가 침묵하고 뒷거래를 즐기고 있을 때 한 정치인이 외친 ‘정의의 목소리’가 이 혼탁한 세상의 깊은 잠을 깨운 것이다.

박용진 의원이 최근 한 방송에서 “국민 여러분이 응원과 함께 문자도 보내주시고 1만원, 2만원, 3만원 이렇게 후원금도 많이 보내주신다”는 말을 했다. 아마 그것이 민심일 것이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유명 로펌을 통해 민사소송을 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에 맞서 국민이 나선 셈이다. 앞으로 한유총이 어떤 단체인지, 그리고 그들이 의뢰한 로펌이 어떤 곳인지도 국민이 알게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의 수준을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부패와 무능에 찌든 ‘박근혜 정부’를 탄핵한 국민이다. 한순간에 역사의 궤적을 바꿀 수 있는 엄청난 저력을 가진 국민임을 역사가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박 의원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뒤에서 이처럼 큰 힘이 돼주는 국민을 믿고 더 당당하고 더 치열하게 앞장 서 줄 것을 당부한다. 그리하여 끝내는 정의가, 그리고 국민이 이기는 그런 정치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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