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지난 주말 고교동창들과 함께 ‘환갑잔치’를 가졌다. 부모 세대처럼 상다리 휘어지게 음식을 차려놓고 자식들과 지인들로부터 절을 받거나, 뷔페식당에 모여 자축하는 그런 모습은 물론 아니었다. 요즘 환갑잔치를 잘 안하는 사회적 추세이지만 그냥 넘어가기가 서운하다는 친구들의 의견에 따라 다소 이색적인 잔치마당을 마련했다. 40여년 전 고교 졸업 후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던 경험을 살려 재능기부 콘서트 형식으로 3시간여의 발표자리를 가졌다.  1970년대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 사회활동을 시작한 친구들은 의사, 대학교수, 국책연구기관 연구원, 기업 CEO, 대기업 임원, 자영업 등으로 다양한 일상적 삶을 살았다. 

나는 ‘건강미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이라는 주제를 갖고 20여분의 짧은 특강을 했다. 이런 주제를 정한 것은 60세, 환갑을 맞아 진정한 건강미에 대해 깊은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라슬렛에 따르면 삶은 네 단계로 구분해 제1 인생기(사회화, 교육), 제2 인생기(직업, 의무, 소득), 제3 인생기(개인적 성숙, 성취), 제4 인생기(노쇠, 사망)로 나눴다. 고령화 사회에서 이제 인생은 ‘더블 30’이 아니라 ‘트리플 30’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0년 단위로 삶이 세 번 지속된다는 의미이다. ‘꽃 중년’ ‘젊은 형아’ 등이 사회적 유행어가 될 만큼 지금의 60대는 앞선 부모 세대와는 달리 패션이나 미용 등에 자신감을 보이며 건강한 삶을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60대 이후의 건강미는 볕에 잘 그을린 갈색 피부와 싱싱한 몸매를 과시하는 것만은 결코 아니다. 신체적인 부분에 건강미를 두는 젊은이들의 통념과는 다른 심층적인 의미를 찾아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젊은이들과 같이 근육과 몸매를 가지려고 노력해도 찾아오는 노화를 결코 회피할 수 없다.

주변을 돌아보면 황혼의 나이에 진정한 건강미를 멋지게 구현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내년이면 ‘백수(100세)’를 바라보는 김형석 교수는 요즘도 신문 칼럼을 쓰고 지방 강연을 다닐 정도로 노익장을 과시한다. 1주일에 세 번 수영을 즐긴다는 그는 노년에 본받을 만한 ‘건강미의 표상’으로 삼을 만하다. 내가 잘 아는 대학교수 후배는 최근 자신의 평생 버킷리스트였던 스페인 산티아고길 1000㎞를 완주, 부러움을 샀다. 65세 정년을 앞두고 폐암과 용감하게 싸우며 자신의 회고록을 펴낸 대학교수 선배는 죽음 앞에서도 삶의 열정을 불태워 깊은 감동을 줬다.

건강미의 개념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달랐다. 사람의 생각이 시대에 따라 다르고, 문화적 환경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이다. 지난 1960~70년대 몸 좋고, 얼굴 잘난 이를 보면 ‘건강미가 넘친다’고 평가하던 시절이 있었다. 보편적으로 가난하고 못 먹던 시절이라 외형적으로 건강미를 말했지만, 2000년대 이후 건강미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은 많이 달라졌다. 마치 ‘골대가 움직이는 축구 경기장’처럼 건강미의 기준은 날씬하고, 탄력적인 몸매를 가진 이들쪽으로 옮겨갔다.   

건강미의 이상적인 모델로는 고전적인 서양 그리스의 ‘철인’, 동양의 ‘군자’ 상을 손꼽는다. 꾸준한 운동을 통해 육체와 정신을 단련하며 지(머리), 덕(가슴), 체(몸)를 두루 갖춘 ‘전인’의 모습이다. 건강미라는 개념에는 과학적인 개념과 예술적인 개념이 두루 포함돼 있다. 건강에만 국한해서도 안되며, 또 미라는 측면만을 강조할 수 없다. 건강미는 과학적인 개념과 예술적인 개념을 동시에 추구해야 진정한 의미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건강미를 인문학적으로 성찰을 해야 하는 이유는 건강미를 단순히 물질적이고 양적인 데에 머물지 않고 정신적이고 질적인 차원으로 승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신체적 유전자가 진화하듯이 건강미에 대한 문화적 유전자(meme)도 진화할 수 있다. 나를 포함해 60대의 황혼기에 접어든 이들은 이제 진정한 건강미를 가꿀 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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