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역사 칼럼니스트 

 

“보는 만큼 보인다.” - 르 코르뷔지에 

레오나르도 다빈치 방에서 리졸리의 ‘참회하는 마리아 막달레나’ 그림을 보았다. 패널에 유화로 그린 작은 그림인데 두 손을 모으고 누구인가를 쳐다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모두 지켜 본 증인(마가복음 15~16장)인 동시에, ‘참회의 성녀’로서 수많은 전설에 의해 덧씌워져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을 매료시켜 왔다. 특히 영화 ‘다빈치 코드’로 더 유명해졌다. 리졸리는 1508년에서 1549년 사이에 밀라노에서 활발히 활동했는데 이 시기는 다빈치나 라파엘로가 활동한 때였다. 

이윽고 라파엘로(1483~1520) 회랑(繪廊, 원어로는 로지아 Loggias)을 걷는다. 이 독특한 회랑은 1783년에 예카테리나 2세의 주문에 따라 로마 바티칸에 있는 라파엘로 회랑을 그대로 복제했다.  

사실 필자도 바티칸 박물관을 두 번이나 갔지만 라파엘로 회랑을 본 기억이 없다.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 학당’과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 성 바오로 성당의 ‘피에타’ 조각상 정도가 생각날 뿐이다.

한편 라파엘로는 1516~1518년까지 한쪽 벽면이 탁 트인 복도를 회랑으로 만들었다. 회랑이 설치된 건축물의 외관은 기둥과 기둥이 아치로 돼 있어 고대로마의 건축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넓이 4m에 길이 65m나 되는 복도에는 13개의 아케이드가 줄 지어 있는데 아케이드 천장에는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다. 즉 구약과 신약성서 이야기 52개 장면이 그려져 있는데 일명 ‘라파엘로 성서’라고 부른다. 당시에 교황의 신임을 받은 라파엘로는 많은 업무를 해야 했기 때문에 천장화를 직접 그릴 수 없었다. 그래서 라파엘로가 구상을 하고 그의 제자들이 그림을 그렸다.    

예카테리나 2세는 바티칸의 라파엘로 회랑을 그대로 본 따서 이탈리아 예술가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했다. 에르미타시 박물관에는 바티칸과 같이 ‘라파엘로의 성서’ 그림들이 그대로 그려져 있지만, 문장은 로마노프 왕조의 쌍두 독수리가 그려져 있다.   

이어서 루벤스 방으로 옮긴다. 벽에 명화들이 많이 걸려 있다. 그런데 풍경화 그림 앞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베네치아 화가 카날레토(1697~1768)가 그린 ‘프랑스 대사의 접견 1726~1730’이라는 걸작이다. 

이 그림은 1726년 11월 2일 이탈리아 베네치아 두칼레 광장 입구에서 열린 프랑스 대사 랑구에의 환영 행사를 그린 것이다. 배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두칼레 광장과 멀리 산타마리아 살루테 성당 그리고 항구 등 베네치아 중심가의 모습이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놀라운 것은 두칼레 광장 발코니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는 베네치아 주요 인사들까지 세밀히 묘사한 점이다.  
날카로운 예술가의 시선을 통해 마치 사진처럼 역사 현장을 정확하고 섬세하게 재현해 내고 있는 점이 베네치아 화가들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세밀한 묘사는 나중에 다비드(1748~1825)의 ‘나폴레옹의  대관식’ 같은 역사화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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