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경찰이 1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실종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이스탄불 소재 사우디 영사관저 앞으로 모이고 있다. 이날 터키 경찰은 사우디 영사관저 수색을 실시했다. (출처: 뉴시스)
터키 경찰이 1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실종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이스탄불 소재 사우디 영사관저 앞으로 모이고 있다. 이날 터키 경찰은 사우디 영사관저 수색을 실시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터키에서 행방불명된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끔찍한 살해 당시 상황을 담은 녹취록이 공개돼 전 세계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던 사우디 정부가 코너로 몰린 형국인 것은 물론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우방인 사우디를 두둔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중동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터키 친정부 일간 예니샤파크 등은 살해 당시 녹음된 오디오를 청취한 터키 고위 관리의 전언을 통해 끔찍한 사건의 세부 내용을 17일(현지시간) 공개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카슈끄지는 결혼을 위해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지난 2일 오후 1시 15분께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았다가 곧바로 15명으로 구성된 사우디 요원들에게 붙잡혔다. 이들이 바로 카슈끄지를 구타하고 손가락을 자르는 등 고문을 시작하자, 무함마드 알오타이비 총영사가 “그건 (내 사무실) 밖에서 하시오. 당신들이 나를 곤경에 몰아넣겠소”라고 말하는 목소리도 터키 당국이 입수한 오디오에 담겼다.

이들이 카슈끄지를 참수 살해하기까지는 불과 몇 분에 밖에 걸리지 않았다. 사우디에 비판적인 중동 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는 살해에 7분이 걸렸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암살팀 중 법의학자 살라 무함마드 알투바이지가 나서서 시신을 토막내고 처리하는 작업을 지휘했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을 시작한 알투바이지는 동료들에게도 음악을 들으면서 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또한 이들 중 최소 4명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데 왕세자의 개인 경호원 등으로 확인됐다.

이런 정황들은 ‘카슈끄지가 살아서 멀쩡히 총영사관을 떠났다’는 지금까지의 사우디 측 해명은 물론 사우디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알려진 ‘자국 정보기관원이 심문 도중 실수로 카슈끄지를 죽게 했으며 왕실과는 무관하다’는 공식 보고서 내용과도 전면 배치된다.

사우디를 옹호해오던 트럼프 행정부에도 불똥이 튀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 정부에 오디오 또는 비디오 증거의 사본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히면서도 “만약 있다면 말이다. 그것이 존재하는지 아직 확신하지 못한다”며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러나 터키 수사당국의 진상 규명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사우디와 미국을 향한 압박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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