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광화문광장 7만명 택시기사 운집… “카카오 카풀, 택시 종사자 30만 생존권 위협”

[천지일보=이예진, 김수희 기자] “우리는 남들이 일을 마치고 쉴 때, 지하철과 버스가 끊긴 시간에도, 친척끼리 명절에 모여서 성묘 갈 때에도 승객들을 위해 쉬지 않고 일했습니다. 단지 우리가 바라는 것은 하루 밥 세끼 먹고 살자는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이라는 미명 하에 우리 생존권을 짓밟으려 합니다. 우리는 목숨을 걸고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은 전국에서 모인 택시기사들로 가득 찼다. 전국 곳곳에서 모인 7만여명(주최 측 추산)의 택시기사들은 머리에 ‘택시를 살려내라’ 등이 적힌 띠를 매고 연신 “택시업계 다 죽이는 카카오를 박살내자!” “카카오 콜 못 받겠다 카풀사업 중단하라!” 등 구호를 연호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 노조가 연합한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카풀 비대위)’는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전국에서 모인 택시기사들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생업인 택시를 세우고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카풀 비대위는 “공유경제라는 미명 하에 30만 택시종사자와 100만 택시가족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카풀영업행위 추진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카카오택시를 통해 확장한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업체인 ‘럭시’를 인수해 카풀서비스를 본격 추진하며 택시생존권을 짓밟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카풀앱은 여객법에서 규정한 순수한 카풀과는 거리가 먼 상업적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불법영업행위”라며 “공유경제 운운하며 법률의 틈바구니를 파고들어 마치 스타트업인 것처럼 포장했다”고 지적했다.

박권수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은 대회사에서 “자본을 등에 업은 카풀업체들은 불법행위를 알면서도 정부의 4차 산업혁명이라는 미명 하에 국민과 택시 운전자들을 농락하고 있다”며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부가 택시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집회에 참가한 택시기사 김순겸(63, 남)씨는 “하루 11~12시간 운전해도 월 200만원도 못 번다”면서 “카풀앱 시작하면 택시 그만둬야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뭘 먹고 살아야 하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20년째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는 나상채(67, 남)씨는 “예전에 ‘우버’에서도 하려고 했다가 정부에서 막아서 못했다”면서 “카카오가 이렇게 진행하면 택시기사들은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양주에서 온 이홍우(65, 남)씨는 “법인 택시를 운행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사납금 채우지 못해서 자기 돈 넣는 사람 많다”면서 “택시 많다고 정부에서 규제하는데 자가용으로 카풀 운행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부분 카풀이 상업적으로 이용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이영기(56, 남)씨는 “함께 사는 가족들의 생존권을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며 “카풀은 근처 동네에 사는 사람들끼리 함께 타는 것인데 카카오에서 상업적으로 이용하면 여러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택시기사들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보다 못한 시급의 돈을 벌면서 일하고 있다”며 “강남 같은 곳에서는 자가용을 갖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희성(61, 남)씨는 “택시기사 대부분이 60세 이상”이라며 “나이가 많은 우리가 이걸 그만두면 먹고 살게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는 서민이 잘 살게 해주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서민인 우리도 먹고 살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강원도에서 온 김도욱(59, 남)씨는 “카풀이 출퇴근 시간 외에도 영업하게 되면 우리도 자가용으로 영업하는 게 낫다”며 “지금 버는 돈으로는 자녀들 학원 보내기도 팍팍하다”고 토로했다.

택시기사들은 ▲카풀앱 등 불법 자가용 유상운송행위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근절투쟁에 나설 것 ▲자가용 불법유상행위 근절을 위한 정부의 단속과 규제, 여객법개정안 조속한 국회통과 ▲택시의 대시민 서비스 질 개선 ▲택시 4개 단체를 중심으로 끝까지 투쟁할 것 등을 결의했다.

집회는 “택시를 살려내라”는 구호 제창과 ‘짝퉁경제 짝퉁 4차산업’이 적힌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로 마무리됐다. 이어 청와대 방향으로 거리 행진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