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신현배 시인, 역사 칼럼니스트

라스코 동굴벽화 일러스트 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8.10.18
라스코 동굴벽화 일러스트 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8.10.18

1940년 9월의 어느 날, 프랑스 남부 아키텐 주 도르도뉴 지방의 몽테냐크 마을에 사는 어린이들이 마을 근처의 언덕으로 향했다. 열네 살인 자크 마르살 등 4명이었다. 이들은 애완견 한 마리를 데려갔는데, 앞서 겅중겅중 뛰어가던 개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큰 소리로 짖는 것이다.

“개가 왜 저러지?”

어린이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개에게 다가갔다. 언덕에는 구멍이 있었는데, 개는 구멍을 들여다보며 짖고 있었다.

“웬 구멍이지? 처음 보겠는걸.”

자크 마르살은 구멍 속에 돌멩이 한 개를 던져 보았다. 그런데 한참 뒤에야 돌멩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구멍이 꽤 깊은걸. 우리 이 구멍 속으로 들어가 볼까? 아무래도 이 속에 동굴이 있는 것 같아. 혹시 동굴이 산 중턱에 있는 라스코 성으로 이어진 것 아닐까?”

“라스코 성이라면 전설 속의 귀족이 살았다는?”

“그래. 동굴이 있다면 라스코 성으로 가는 비밀 통로가 틀림없어.”

어린이들은 집에 가서 삽을 가져왔다. 삽으로 땅을 파서 구멍을 넓힌 뒤, 한 사람씩 그 안으로 들어갔다. 과연 그곳에는 동굴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들은 미리 준비한 등불을 켜 들고 동굴 입구로 들어섰다. 그때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소리쳤다.

“앗! 여기 좀 봐! 벽에 동물이 그려져 있어!”

“정말이네! 소도 있고 말도 있네.”

아이가 동굴 속을 탐험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8.10.18
아이가 동굴 속을 탐험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8.10.18

어린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동굴 벽화를 바라보았다. 동굴 벽면에는 800점이 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야생마․들소․사슴․염소 등 100여마리의 동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그린 역동적인 그림이었다.

어린이들은 자신들이 발견한 동굴 벽화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학교 선생님인 레옹 라발에게 동굴 벽화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레옹 라발은 고고학자로 유명한 앙리 브뢰이 신부에게 연락하여 신부가 동굴로 달려왔다. 앙리 브뢰이 신부는 동굴 벽화를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오, 선사시대의 동굴 벽화가 발견되다니! 이 동굴은 인류가 남긴 귀중한 문화유산이야.”

신부는 이 동굴 벽화를 약 1만 7천년 전에 크로마뇽인이 그린 것으로 추정했다. 1879년 에스파냐에서 발견된 알타미라 동굴 벽화보다 더 오래되고 작품성이 뛰어난 걸작이었다.

라스코 동굴 벽화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아키텐 주의 베제르 계곡에서 발견된 23개의 선사시대 동굴 벽화와 함께 1979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라스코 동굴 벽화를 발견한 자크 마르살은 평생 이 동굴 관리인으로 일했다. 앙리 브뢰이 신부가 “라스코 동굴은 인류의 귀중한 문화유산이며, 이를 지키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라는 말을 듣고 감동을 받아 라스코 동굴을 지키는 일에 평생을 바친 것이다.

◆ “에스파냐의 알타미라 동굴 벽화도 어린이가 발견했다면서요?”

알타미라 황소 그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8.10.18
알타미라 황소 그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8.10.18

1879년 11월의 어느 날이었다. 에스파냐의 변호사이자 아마추어 고고학자인 마르셀리노 데 사우투올라 자작은 다섯 살짜리 딸을 데리고 알타미라 동굴 탐사에 나섰다. 이 동굴은 1868년 어느 사냥꾼이 발견했는데, 사우투올라 자작이 1875년 동물 뼈와 석기 몇 점을 찾아낸 적이 있었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뒤 그는 딸 마리아를 데리고 또다시 알타미라 동굴을 찾은 것이다.

아버지가 등불을 밝혀 들고 동굴을 뒤지는 동안, 마리아는 동굴 안을 뛰어다니며 혼자 놀았다. 그런데 얼마 뒤 마리아가 동굴 천장에서 들소 그림을 발견하고 이렇게 소리쳤다.

“아빠, 소야!”

선사시대의 대표적인 동굴 벽화인 알타미라 동굴 벽화가 발견되는 순간이었다. 이 동굴 벽면에는 크로마뇽인이 1만 5천 년 전에 그린 것으로 보이는 들소․말․사슴․산양 등의 동물들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라스코 동굴 벽화, 알타미라 동굴 벽화를 모두 어린이들이 발견했다는 사실이 놀랍고 기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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