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천주교주교회의·천주교중앙협의회 ⓒ천지일보 2018.10.17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주교회의·천주교중앙협의회 ⓒ천지일보 2018.10.17

수에레브 교황대사 “교황의 비전에 동참해 달라”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가톨릭 복음 확대를 위해서는 성직자 성범죄 퇴치, 성직주의 타파, 젊은이들에 대한 종교 교육, 교회 일치와 종교간 대화 등이 사목의 방향, 즉 교회의 새로운 직무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6일 서울 중랑구 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주교회의 2018년 추계 정기총회’에서 알프레드 수에레브 주대한민국 교황대사는 주교들에게 “새로운 복음화의 역동적 힘을 살려 나가기 위해서는 새롭고 다양한 방법론들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기총회에서는 이 같은 교회의 노력에 모두가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주문했다.

세부적으로 먼저 전 세계 가톨릭교회에서 불거지고 있는 성직자 성범죄 문제를 꼽았다.

수에레브 교황대사는 아동성범죄와 관련해 “어린이를 해치는 모든 그릇된 행위를 완전히 근절하는 데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이번 정기총회 주요 안건에 ‘교회 내 성폭력 방지 특별위원회’ 설치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주교단의 노력을 교황대사로써 교황 성하를 대신해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하느님 백성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성직자 성범죄의 근원으로 지목한 ‘성직주의(성직자중심주의, clericalism)’ 성향에 대한 싸움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수에레브 교황대사는 특히 “한국 교회도 예외 없이 일부 성직자들이 성직주의 성향을 지닌다”면서 “교황께서는 ‘이런 행위는 교회의 권위를 잘못된 방식으로 이해하는 사례’라고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또 젊은이와 그들의 종교 교육에 대한 사목적 관심이 요구된다고 했다.

수에레브 교황대사는 “많은 젊은이들이 군 복무를 하면서 가톨릭교회로 개종하고 세례를 받고 있으나 그들의 교리교육은 입문 단계에만 머무는 것이 사실”이라며 “젊은이들이 전역 후에도 교회공동체 안으로 인도받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리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교황대사의 주요 임무는 교회 일치와 종교 간 대화를 통해 종교 간 화합을 증진시키는 일”이라면서 “불교·유교 신자들과의 공식적 대화 가능성을 타진해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수에레브 교황대사는 주교들에게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사도 방문했을 당시 한국교회에 남긴 기억, 희망, 증언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한 교황의 비전에 함께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억’ ‘희망’ 편에서 “순교자들의 승리는  하느님께서 이 땅에 이룩하신 위대한 일들을 여러분이 기억하고, 여러분의 선조들에게서 물려받은 신앙과 애덕의 유산을 보화로 잘 간직해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증인들에 대한 기억은 현재를 위한 새로운 증언이 되고 또 미래를 건설하는 강한 희망이 된다”고 강조했다.

‘증언’ 편에서 교황은 “한국의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모든 사회적 장벽을 뛰어넘는 형제적 사랑을 실천했다”며 “그들의 빛나는 증언은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가난하고 소외받은 이들과 함께 나누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수에레브 교황대사는 “번영에 대한 유혹에 맞서 싸우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모두가 기도해 달라”라는 교황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주교회의 정기총회는 전국 16개 교구의 주교 전원이 모여 전국 차원의 사목 임무를 논의하는 한국 천주교회의 최고의 의사결정 기구로 봄과 가을 두 번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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