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10년차 윤주엽 초록봉사대 제2사업본부장

‘초심 유지’가 지속적인 봉사의 기본
▲ 윤주엽 본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장애우 눈높이에 맞춰서 허리를 숙이고 귀를 기울이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생겼어요.”

장애인 병원 이동봉사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은 윤주엽 초록봉사대 제2사업본부장에게 생긴 즐거운 변화다.

윤 본부장은 오는 11월 퇴임을 앞둔 육군 원사로서 현재 직업보도 기간을 보내고 있다. 이 기간은 퇴임 전 취업정보를 알아보는 등 사회 적응을 위해 준비하는 때이지만 그는 초록봉사대를 위해 이 시간을 사용하기로 했다.

초록봉사대는 현재 장애인들의 재활병원 및 일반병원의 운전 이동봉사는 물론 병원진료 시 도우미 봉사 등을 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들이 사회와 격리되지 않도록 기본적인 문화 체험이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10년 전, 윤 본부장은 주임원사를 맡으면서 신병들이나 간부들과 함께 주 1~2회 정도 병원 이동 자원 봉사를 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회고했다. 당시 그는 병사들을 봉사활동에 내보내기 전에 부대 내에서 기본적인 휠체어 작동 방법이나 계단을 오르고 내릴 때, 경계지대를 넘을 때 주의해야 하는 휠체어 사용교육을 하기도 했다.

그는 “봉사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원동력은 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 같다”며 “장애인 봉사는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봉사활동을 하고 나면 마음 한 구석엔 항상 뿌듯함이 더 크게 남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왜소한 체구여서 중증 장애인들의 이동을 도와주다 보면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한 번은 목도 가누지 못하는 장애인을 혼자서 옮기다 주저앉아버렸다. 그 때 힘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머쓱해 했다.

이렇게 체력적으로 힘든 일을 가족들이 반대하지는 않느냐고 묻자 그는 “이 곳에 가족들을 가끔 데려온다”면서 “자녀들이 ‘아빠는 죽어서 천당 갈 거야’라고 이야기를 한다”고 웃음꽃을 피웠다.

윤 본부장은 “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는 내 눈높이에서 장애인이 더 편안할 거라고 생각하고 움직였는데, 이제는 낮은 자세로 허리를 숙여 장애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생겼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러한 습관들이 이제는 평소 생활 속에서도 배어나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편이라고 했다.

그는 또 “장애인들과 대화를 하면 발음이 부정확한 경우가 많아 말하는 것을 3~4번 들어야 요청하는 게 뭔지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에 귀를 기울이고 자세를 낮춰야 한다”며 “정확한 의사전달이 될 때까지 재차 물어보고 그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초록봉사대 건물 ⓒ천지일보(뉴스천지)
▲ 자원봉사자들이 초록봉사대 건물에 그린 그림 ⓒ천지일보(뉴스천지)

그는 봉사자의 투철한 봉사정신도 중요하지만 장애인과 봉사자 간 신뢰 또한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우가 봉사자를 믿을 수 있을 만큼 봉사자들이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그도 처음 봉사를 시작하려고 했을 때는 많이 망설였다고 한다. 그는 “일단 자원봉사를 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무조건 뛰어들어야 한다”면서 “특히 초심의 마음을 유지해 나가는 게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기본”이라고 거듭 말했다.

윤 본부장은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하면서 “부족하지만 성의를 다해 봉사했을 때 장애우 회원이 ‘고맙다’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정말 뿌듯했다”며 맑은 웃음을 머금었다.

그는 “고마움을 표시하려고 할 때 그들의 눈빛이 달라진다”면서 “평소 웃지 않던 장애우가 활짝 웃을 때 내가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게 뿌듯했다”고 말했다.

▲ 윤주엽 본부장이 휠체어를 청소하고 수리하는 작업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자칭 휠체어 세계 ‘윤가이버’ 작업 공간 마련이 작은 소망
“이제는 ‘윤가이버’라고 불러주세요”

그는 이제 휠체어 전문가가 다 됐다.

그는 “군대에 있다 보면 전기나 기계 등을 많이 만지기 때문에 만능 박사가 된다”면서 “사람들에게 (맥가이버가 아니라) 윤가이버라고 부르라고 소문을 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러한 그에게 작은 소망이 있다. 바로 휠체어를 수리하거나 고장 난 기계들을 손볼 수 있는 작은 작업실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런 바람에서 그는 올해 하반기부터 중증 장애인의 신체 일부나 다름없는 휠체어의 스팀청소와 리폼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 김동현 초록봉사대 대표이사가 직접 쓴 ‘초록봉사대’ 간판 ⓒ천지일보(뉴스천지)
김동현 초록봉사대 대표이사는 윤 본부장이 초록봉사대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그 자리를 지켜주지 않았다면 이 정도로 큰 단체로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가 군대에서 주임원사로 있을 때 많은 군인들이 이곳에서 봉사를 할 수 있도록 연결해 준 것은 군측에서 볼 때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그 당시 사무실로 배달된 이등병이 자필로 쓴 3장 분량의 편지 하나를 소개했다.

당시 그 이등병은 자대배치를 받고 나서 군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다가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난 뒤 부정적인 생각을 버렸다고 한다. 그는 부모님이 건강한 몸으로 군대에 보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이 경험이 없었다면 군 복무 기간을 허무하게 보냈을 것이라고 했다고 편지에 적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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