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核), 이 핵이란 글자는 핵 그 자체를 넘어 인류의 대재앙을 알리는 상징적 의미가 됐다. 그러함에도 인류는, 아니 핵 위협에 가장 현실적으로 직면해 있는 우리는 그 핵의 진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렇다면 이 한반도의 핵 문제는 어떠한 함수관계를 가졌을까. 먼저 남쪽 대한민국은 핵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비핵보유국이다. 하지만 ‘핵우산’이라는 말처럼 유사시 핵공격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핵보유국의 핵 우산 아래 있게 되니 결국 전술핵을 보유한 간접 핵보유국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북한은 사정이 다르다. 북한은 핵 완전제거에 15년 이상이 소요되며, 핵 시설만 해도 17군데나 된다. 북핵의 핵심은 핵탄두다. 핵 시설이 아무리 많아도 핵탄두만 제거되면 거의 불가역이라 할 수 있으며, 약 20% 수준의 제거를 의미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내 이 20%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영변핵시설은 1년에 핵탄두 1개 분량의 플루토늄을 생산하고 있다. 핵 발사 방식 또한 액체에서 고체연료를 개발함으로써 고정식에서 이동식 발사대로 풍계리, 동창리, 영변시설 해체 여부에는 큰 의미가 없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핵 리스트다. 그러나 북측은 핵 리스트에 대해선 일언반구 답이 없으며 미군 유해송환과 유명무실화된 핵시설만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단계별 동시적 전술 전략으로 흥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 CIA 국장은 제2차 북미정상화담 성사여부를 협상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는 발언을 내놓아 주목을 끌고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가운데, 또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며 국제적 홍보전에 들어간 상황에서 물밑에선 또 다른 묘한 신경전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 왠지 예사롭지 않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피해 러시아에서 중국과 러시아 외무차관을 만난 북한의 핵 협상 실무책임자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3자회담을 통해 중·러의 대북측면지원과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완화 방안을 논의하는 등 고차원방정식을 풀어가고 있으며, 동일선상에서 지난 12일 북·러 수교 70주년을 맞아 북 리용호 외무상은 북한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 없는 곳으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유의미한 입장을 콕 집어 다시 한번 강조했다.

리용호 외무상의 발언에서 콕 집었다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와 ‘핵 위협 없는 곳’이라는 표현이며, 북한 비핵화 전략의 기조를 다시 한번 분명히 하는 메시지로 봐야 한다.

즉, 북한은 줄곧 ‘북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북·중·러의 일관된 비핵화 방안이다. 그러함에도 우리나라와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 비핵화를 말해 왔던 것이다. 그러면 첫 단추부터 잘못된 협상을 왜 시작했느냐는 의문을 가질 것이다. 그것은 벼랑 끝에 내몰린 북한의 입장에선 비핵화라는 두루뭉술한 화두를 통해 일단 핵 협상 테이블로 한국과 미국을 끌어들여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상이 본격화 되면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협상의 선제권을 잡으려 들 것이며, 그것은 북·중·러를 통해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으로 복귀해 새로운 구도를 만들어 새로운 판과 이슈로 난국을 돌파해 나가겠다는 고도의 북한 전략에 그대로 끌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의 비핵화 전략 전술은 바로 ‘살라미 전술’이라 했던 것이며, 그 전략의 끝은 한반도 비핵화 곧 주한미군 철수와 핵우산 제거와 맞바꾸겠다는 북한의 근본 속셈인 것이다. 특히 주美 러시아 대사는 미국은 북 비핵화를 위해 중·러의 로드맵을 따라야 할 것을 주문하는 메시지가 이를 잘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러한 데는 지금까지 트럼프식 비핵화 협상으로는 북 핵탄두 한 개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데서 중·러가 이 같은 주장을 하게 하는 빌미를 제공했다고도 봐야 한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이란 말처럼, 비핵화에 대한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었는지, 아니면 알고도 정치적 계산으로 모르는 척 진행해 왔는지는 의문이다. 만약 알고도 모르는 척 했다면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특히 문 대통령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단정화 해온 발언들은 어찌해야 하며, 지금도 세계무대서 일관된 발언들을 이어갈 텐데 이를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다.

이 대목에서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 주장이 논리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데서 한반도 비핵화 협상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교훈은 역시 정치적 외교적 수단으로 평화와 통일의 한계를 엿볼 수 있게 된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는 속담이 현실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개인과 정파의 정치적 욕심을 넘어 국민이라는 총화를 이루어 국민의 힘으로 난국을 극복해 갈 줄 아는 통치자의 덕목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해 보인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고 했는데, 그 영웅은 어디쯤에 있을까. 추운 겨울 헤치고 온 새 시대의 선구자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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