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5번째 남북고위급 회담이 1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개최돼 정상회담과 9월 평양 공동선언의 이행을 위한 후속 조치 관련 사안들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이 회담에서 “남과 북은 적십자회담을 통해 이산가족의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나가겠다”는 평양 공동선언의 후속 조치로 11월 중 금강산에서 남북적십자회담을 개최하기로 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는바, 특이할 대목은 남북이 철도 및 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11월 말~12월 초에 진행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이다.

그간 남북 간 철도와 도로 연결은 상호 공동발전을 위한 기반시설 구축이라는 입장에서 건설의 당위성에 대해 남북당국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고,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고위급회담에서도 주요의제로 나왔던 만큼 쉽게 합의 성사되는 데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철도, 도로 연결과 현대화사업이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대북제재에 해당되느냐를 두고 우리 정부와 미국정부가 대립하기도 했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과 협력 관계를 통해 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려는 입장이지만 미국에서는 승인사항이라 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결과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공식적으로 선언된 상태라 하겠으나 아직까지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이 철도와 도로 연결과 현대화 사업을 위한 착공식 합의 등 남북 관계가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어 ‘속도위반’이라는 것이 미국 정계나 트럼프정부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얼마 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24 제재’ 해제 검토 발언을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미국의 승인 없이 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쐐기를 박은 것도 그런 맥락이라 할 것이다.

유엔의 대북제재 조치가 포괄적인데다가, 트럼프 미국정부가 한국이 남북정상화담 등의 후속 조치사항들이 행여 대북제재 망에 구멍을 낼까 우려를 나타내 보인다. 남북 간 협력의 사소한 문제에서도 대북제재에 구멍을 내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제동을 걸고 있는 와중에서 지난 15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합의된 남북 철도, 도로 연결 착공식 합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는지 의문이다. 우리 속담처럼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식의 해결 방안은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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