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박찬대 국회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기간제 교사 담임 업무 분담 현황’을 보면, 올해 유·초·중등 전국 기간제 교사 4만 9977명 가운데 담임 업무를 맡는 교사가 2만 4450명(49%)이었다. 이 통계를 근거로 10월 9일자 한겨레신문에서는 ‘기간제 교사 2명 중 1명은 담임 업무 떠맡는다’는 기사로 학교현장의 실상을 호도하고 있다. 정규 교사들이 기피하는 담임 업무를 비정규직인 기간제 교사에게 떠맡겨 학생 학습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썼다. 기간제 교사가 담임한다고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기사는 결국 기간제 교사의 자질이 정교사보다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기사는 마치 전체 담임의 절반을 기간제 교사가 맡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게 한다. 통계를 보면 기간제 교사의 절반 가까이가 담임을 맡고 있지 담임교사의 절반이 기간제 교사는 아니다. 한겨레 홍석재 기자는 “기간제 교사의 담임 비중이 큰 것은 정규 교사들이 학교폭력 지도나 행정업무 부담을 피하려고 학교 내 ‘을’에 해당하는 기간제 교사에게 담임 업무를 떠안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마치 정교사가 기간제 교사에게 갑질을 한다는 인상을 준다. 학교현장에서 정교사와 기간제 교사를 갑과 을인 양 이분법적 표현을 하며 학교 현장과 동떨어진 기사를 소설처럼 쓰고 있다.

기간제 교사는 교육감이 발령 않고 학교와 계약해 일정한 기간만큼 일하는 교사다. 주로 정교사들이 출산휴가나 병 휴직 동안 대체교사로 채용된다. 당연히 기존 교사가 하던 업무를 이어받아 담임도 한다. 담임을 하던 정교사 자리에 기간제가 지원해 들어간 경우나 담임을 해야 할 젊은 교사의 자리에 기간제로 채용되면 담임을 맡게 된다. 그 대신 호봉, 경력, 성과급, 연봉 등에서 정교사와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

학교에서는 기간제 교사와 강사로 구분해 비정규직교사를 채용한다. 강사는 담임이나 업무를 배제하고 오직 수업시간에 맞춰 출근하고 퇴근하며 수업수당만 받는 교사다. 기간제 교사에게 불공평하게 담임을 맡기는 게 아니므로 담임이 하기 싫으면 담임을 하는 기간제 교사 뽑는 자리에 지원을 하지 않고 강사 자리를 찾아 지원하면 된다. 경력과 호봉, 수당까지 챙기기 위해 기간제 교사에 지원한 후에는 약자 코스프레를 하면 안 된다.

정교사 중 젊은 교사는 대부분 담임을 하고 중년 교사는 부장이란 보직 교사를 맡는다. 정교사 중에 담임이나 부장을 맡지 않으려면 업무가 불가능한 사유를 담은 병원 진단서를 제출해야 비담임이 가능하다. 담임하기 싫다고 무조건 담임을 맡지 않아도 되는 허술한 시스템으로 학교가 운영되지 않는다. 정작 책임이 필요한 중요한 학교업무에는 기간제 교사를 배치하지 못한다. 정교사로 책임감 있는 일을 해본 적이 없으니 기간제 교사들은 일이 많다고 착각하는 것뿐이다.

정교사와 동일한 대우를 해주는 기간제 교사로 채용됐고, 본인들이 정교사와 동일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믿으면 담임 업무도 기간제 교사 스스로 요구해서 해야 한다. 모든 대우는 동일하게 받으려고 하면서 담임은 정교사가 해야 하는 업무라고 규정하는 것은 무슨 생떼인지 묻고 싶다. 기간제 교사 연합회의 압력으로 교육청에서는 ‘정교사로 담임을 다 채우고도 담임할 자원이 없는 경우에 한해 기간제 교사에게 담임을 맡겨야 한다’는 지침까지 내려 보내 학교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정교사와 동일한 업무, 동일한 대우를 받는 기간제 교사를 선발했으면서 담임을 못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정교사에 대한 역차별에 가깝다.

최근 ‘기간제 교사’에 대한 언론 기사가 부쩍 많아졌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 추진하다 교사들의 반발에 부딪쳐 무산됐던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를 언론을 이용해 간을 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교사의 잔무를 줄이기 위해 채용한 학교 공무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후 학교에서는 업무를 기피하며 놀고 있는 공무직이 많다. 교사들은 오히려 공무직이 없던 시절보다 더 많은 잔무에 허덕이며 심지어 공무직 눈치까지 보고 있는 실정이다.

임용고사라는 공정한 채용 방식을 두고 학교별로 상이한 기준과 인맥으로 뽑힌 기간제 교사를 정교사로 전환하면 임용고사 준비하는 예비교사들이 분노의 횃불을 들고 거리로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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