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마크롱에 “北비핵화시 제재완화” 호소… BBC인터뷰 발언 재확인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유럽 순방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고 판단이 되면 유엔 대북제재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더 촉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프랑스를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파리의 대통령궁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에서 이처럼 말하고 “마크롱 대통령님께서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이러한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 12일 유럽 순방을 앞두고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과 같은 취지의 발언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이르는 비핵화 조치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전제로 대북제재 완화 검토를 언급했다. 이번 유럽 순방의 이유도 이러한 목적 아래 북미협상을 촉진할 여건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평가된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줄 경우 핵·미사일 실험중단과 생산시설 폐기뿐 아니라 현재 보유 중인 핵무기·핵물질 모두를 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올바른 선택을 한 것이라는 믿음을 국제사회가 주면서 북한이 빠르게 비핵화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며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계속해나가고, 더 빠른 속도로 진행해나가도록 유엔 안보리에서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마크롱 대통령에게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는 대단히 중요하다. 비핵화를 이룰 때까지 유엔 안보리 제재에 대해서는 모두 충실히 따르고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고 한국도 이를 지킨다”면서도 “북한이 핵을 내려놓으면 내려놓을수록 핵에 의존하지 않고도 북한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끊임없이 취해나가야 한다”며 “문 대통령이 추진 중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동반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날 또한 문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이 한국산 철강제품에 세이프가드 잠정조치를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제외조치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2024년 파리올림픽에 남북한 단일팀 참여와 2032년 남북공동 올림픽 개최에 대해서도 지지를 부탁했다.

한편 이날 문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엘리제궁에서 정상만찬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 만찬에서 “해외 순방 과정에서 이제껏 받아보지 못한 환대를 받았다”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만찬은 1시간 30분이 예정시간이었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3시간을 넘겼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정상회담에 앞서 문 대통령은 개선문에서 한국전쟁 참전희생자에 대한 참배와 참전용사와의 만남을 갖고, 개선문에서 이어지는 샹젤리제 거리에서 수백마리의 말이 참여하는 기마대의 사열 속에서 카퍼레이드 환영식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