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이력을 가진 서울시의원 인터뷰 ① 김형태 의원
서울시의회에는 ‘시민의 눈이 되고 목소리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의원들이 많다. 그들 중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의원들을 만나 직무를 맡기까지의 과정과 과거의 경험이 의정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들어본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사학비리 고발로 해직당한 선생님… 교육의원이 되다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민심의 힘을 보여줬던 지난 6.2 지방선거. 그 당시 한편에서는 사학 비리가 만연한 교육계와 이를 눈감아 주는 데 익숙한 사회를 향해 ‘살아있는 양심’을 외친 40대 중반의 젊은 해직 교사가 있다. 학교장, 장학사 출신의 쟁쟁한 경력과 오랜 연륜을 가진 후보들을 제치고 서울시 교육의원에 당선된 김형태 의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 작은 그리스도의 삶을 살고 싶었던 선생님, 투사가 되다

“원래는 목회자나 신학교수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때문에 20년 가까이 학교에 있으면서 ‘작은 그리스도의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는 김형태 의원은 대학교 4학년 때 아버지의 뇌종양 투병으로 집안사정이 어려워져 신학대학원 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때 신학대학원을 갔다면 지금쯤 아마 어느 한 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거나 신학대 교수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미소를 보였다.

아이들을 섬기는 선생님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인문계 사립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그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었다고 회고했다. 입시라는 ‘감옥 아닌 감옥’에 갇혀 공부와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는 것이다.

또한 두발 문제나 군대식의 엄격한 규율 등 학교가 주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고 특히 사립학교 특성상 ‘장삿속’으로 학교 운영을 하는 데 따른 문제점도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런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상담자로서의 역할을 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자신의 고민뿐만 아니라 학교생활에 대한 불만도 많이 털어놨다고 한다.

그는 아이들이 제기한 문제를 그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학교 측에 문제에 대한 대안과 함께 아이들의 목소리를 조금씩 전했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대안과 조언은 학교와 교장의 입장에서는 ‘눈엣가시’였을 뿐이었다. 결국 그의 의견은 수용되지 못했고 오히려 두 번이나 해직을 당하게 되면서 김 의원은 이 사회의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좋은 선생님이 되려고 노력했는데 노력한 것에 대해 상을 받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징계를 받게 되면서 그동안 꿈꿨던 ‘상식과 논리가 통하는 세상 만들기’가 참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고했다.

부당한 해직을 당한 이후 겪었던 과정에 대해 그는 “숨이 턱턱 막힐 때가 많았다. 오죽하면 분신을 생각했을까”라며 “교육청에 도움을 요청해도 결국 그들도 한 통속이었고 경찰이나 검찰도 힘 있는 자 편에 서서 덮어주기에 급급했기 때문에 정말 앞이 깜깜했다”고 토로했다.

또한 “교육청이나 검찰에 손만 내밀면 도와줄 줄 알았는데 내부 고발자의 신변을 법적으로 보호해 주지 않았다”며 세상에 대한 절망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특히 학교와 학부모, 교사들을 위해서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들 중 일부가 자신을 외면하거나 이사장 편에 서는 것을 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고 했다.

공익제보자가 되어 해직을 당한 그는 매일 학교 앞에서 부당한 해직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를 기억할 아이들을 위해서 끝까지 버텼다고 한다.

그는 “만약 제가 이대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버린다면 아이들이 ‘바른 소리, 쓴 소리 하면 저렇게 되는구나’하고 생각할 것 같았다”며 “힘들지만 정의와 양심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저를 기억할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불의를 봤을 때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라, 옳은 게 좋은 것이고 옳은 게 옳은 것’이라는 사실을 꼭 심어주고 싶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금도 그는 양천고 관련 소송과 감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싸우고 있는 중이다. 그는 “의원에 당선된 후 이런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때로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것이 하늘의 소명이고 시대의 소명이라고 생각해 주어진 일에 충실하려고 하지만 때론 힘들기도 하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공익제보자나 내부 고발자 보호문제는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힘들게 만들고 바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제대로 된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지나친 교육열과 돈벌이 사교육이 문제

얼마 전 모 일간지에 실린 ‘대치동 오선생’이라는 제목의 한국 사교육 현실을 다룬 기사와 관련해 질문하자 그는 “한국교육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라고 본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의원은 학부모들의 과도한 사교육 열풍의 원인을 두 가지로 설명했다. 바로 ‘내 자식 하나만 잘 되면 된다’는 생각으로 자녀를 좋은 대학교에 보낼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나친 교육열과 이러한 학부모의 약점을 파고들어 돈을 벌려고 하는 사교육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은 사회적, 국가적으로 보면 소탐대실이고 소모전일 뿐”이라며 “‘내 자녀 이기주의’를 넘어 교육을 통해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의 동력으로 키울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데 아직 거기까지 성숙하지 못한 게 안타깝다”고 전했다.

특히 “청소년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공정한 게임이 안 된다는 것”이라며 “묵묵히 정상적인 교육을 받는 아이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이 공정한 게임은 아니지 않는가”라고 한탄했다.

입시교육의 폐해인 간판문화나 학력사회를 없애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그는 ‘국립 대학교 학부 공동 운영제’ 방안을 제안했다.

프랑스와 같이 국내 모든 대학교를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은 힘들지만 전국의 국립 대학교만이라도 재정과 제도를 공동화하고 교수도 순환제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서울대학교를 정점으로 피라미드형 모양인 대학 서열화 구조가 사다리꼴 모양을 바뀌어 지방 분권화를 이루고 열린 교육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또한 “지금처럼 무한경쟁을 통해 서열화하는 데 목적을 둘 것이 아니라 핀란드처럼 협력 학습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학교와 선생님은 학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문제에 있어서 학생을 가장 근본적으로 놓고 생각하면 다 풀리는 문제”라고 일축했다.

더불어 어른들은 아이들을 피교육자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관점에서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해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친환경 무상급식, 국가가 책임져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은 의원에 당선된 지 4개월 정도 지난 요즘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는 “아직 적응이 덜 됐고 노하우도 부족해 모든 일에 있어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려고 하다 보니 해야 할 일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머쓱해 했다.

또한 서울시의회 친환경 무상급식지원 특별위원회(무상급식 특위)의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행하기 위한 예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무상급식 특위는 서울시 전체 초․중․고등학생들에게 친환경 무상급식을 지원하기 위해 구성됐다. 이 특위는 내년부터 서울지역 초등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서울시, 서울시교육청, 25개 구청협의회,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거버넌스(민관협의체)를 구성해 활동 중이다.

사회 일각에서는 무상급식 지원과 관련해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대해 그는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은 이제 헌법정신이고 시대정신이 됐다”면서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과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는 헌법 제31조를 들어 강조했다.

그는 “이외에도 무상급식 정책은 차별 없는 보편적인 교육복지의 실현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건강한 밥상을 제공하고 우리나라의 전통 음식문화를 가르치는 공교육의 일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친환경 농산물 생산이 증가하게 되면 농촌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이 정책은 아이들에게는 건강을, 농민들에게는 희망을 줄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친환경 무상급식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면서 “내년부터 서울지역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시행될 친환경 무상급식이 단계적으로 잘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 김형태 의원 학력 및 경력
- 충남 논산 출생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졸업(교육학 석사)
- 전 양천고등학교 교사
- 2009년 제 9회 투명사회상 수상(한국투명성기구)
- 현)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의원(양천구, 강서구, 영등포구)
        강서양천교육희망네트워크(준) 공동대표
        친환경무상급식실현양천운동본부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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