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 조직을 동원해 ‘댓글 조작’을 총지휘한 혐의를 받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 조직을 동원해 ‘댓글 조작’을 총지휘한 혐의를 받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5

댓글작업에 경찰관 1500명 동원

조현오 전 청장 등 기소의견 송치

일명 ‘블랙펜’ 네티즌 불법 감청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이명박(MB) 정부 시절 경찰이 정부와 경찰에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온라인에 3만건이 훌쩍 넘는 댓글 등을 단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MB정부 당시 댓글공작과 관련, 조현오 전(前) 경찰청장과 당시 경찰 지휘부 등 12명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고, 추가로 확인된 관련자 4명을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수사단은 경찰이 2010년 2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서울지방경찰청 정보관리부와 경찰청 본청 정보국·보안국·대변인실 소속 경찰관 1500여명을 동원해 정부와 경찰에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고자 포털 기사 댓글과 트위터 글 3만 7800여건을 올렸다고 판단했다.

그중 압수물 등을 통해 수사단이 실제 확인한 댓글 등은 1만 2800여건이다. 그간 계정 탈퇴로 사라진 댓글이 있고 오랜 기간이 지난 점, 여론 활동 결과보고서에 댓글활동 건수 등이 적힌 점 등을 볼 때 수사단은 전체 규모를 3만 7800여건으로 추산했다.

당시 경찰은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구제역, 김정일 사망, 유성기업 등 여러 노동조합 파업, 반값 등록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제주 강정마을 사태 등 수 많은 사안에서 댓글 작업을 진행했다.

조 전 청장 개인 청문회나 여러 발언을 둘러싼 논란, 경찰 추진 시책과 관련된 비판 여론 등에도 이런 식의 대응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단에 따르면 MB정부 시절 경찰은 여러 비공식 조직을 만들어 인터넷 여론에 대응했고, 경찰임을 숨기려 지인이나 가족 등 가명·차명 계정과 해외 인터넷 프로토콜(IP)을 이용했다. 경찰관서 공용 인터넷망 대신 사설 인터넷망을 별도 설치해 운용하기도 했다.

조사 결과 조 전 청장을 비롯해 본청 정보·보안국장, 정보심의관, 대변인, 본청 보안국 소속 총경·경정급 간부 등이 이 활동의 지휘·실무라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집회에 대응했던 부산지방경찰청의 청장·차장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댓글공작에 관여한 일부 부서는 댓글·트위터 글 등을 게시한 대응 실적을 수치로 관리하고 직원 평가에 반영하기도 했다.

경찰청. ⓒ천지일보
경찰청. ⓒ천지일보

이를 토대로 수사단은 댓글공작과 관련해 조 전 청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 송치하고 당시 정보국장 등 8명은 불구속으로 검찰에 넘겼으며, 보안·홍보부서 소속 2명은 계속 수사를 하고 있다.

당시 경찰이 일명 ‘블랙펜’을 만들어 정부 비판 성향 네티즌들을 영장 없이 불법 감청한 사실도 확인됐다.

본청 보안사이버수사대는 2004년 12월 ‘보안사이버수사시스템’을 한 업체로부터 납품받아 사용하면서 시스템에 탑재된 감청 기능을 이용, 2010년 11월까지 법원 영장 없이 7개 단체 게시판과 네티즌 2명의 게시글, IP, 이메일 발·수신 내역을 불법 감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수사대장이던 민모 경정은 국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530단)으로부터 인터넷에 대통령·정부·군 등을 비난한 네티즌들의 닉네임과 ID, 댓글 주소 등 자료를 넘겨받아 내사나 수사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단은 민 경정과 감청프로그램 업체 대표, 기술이사 등 3명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의견 송치했다. 사이버사에서 블랙펜 작업을 지시하고 관리한 당시 530단 소속 전직 군인 2명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수사단은 검찰 송치 이후에도 사안이 중대하고 증거관계가 방대한 점, 일부 대상은 계속 수사가 필요한 점을 들어 일정 기간 공조수사팀을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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