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구 범전로10번길 125m 구간은 부산진구청이 매각하기 전까지만 해도 일대 주민들이 수십 년 이용하던 도로였다. (출처: 인공위성지도 캡처) ⓒ천지일보 2018.10.14
부산진구 범전로10번길 125m 구간은 부산진구청이 매각하기 전까지만 해도 일대 주민들이 수십 년 이용하던 도로였다. (출처: 인공위성지도 캡처) ⓒ천지일보 2018.10.14

부산진구청 “절차상 문제없다” vs 주민 “공염불”

주민 “구청 주인 바꼈지만 ‘탁상공론’ 여전”

서은숙 “위법승인 문제제기 타당성 있다. 책임있는 답 하겠다”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주민들이 수십 년 동안 이용한 도로가 어느날 아파트 부지가 되고 도심 한가운데로 흐르던 하천 위에 고층 아파트가 버텨서 있지만 해당 지자체는 뒷짐 진 가운데 ‘특혜성 인허가’를 행사했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일고 있다.

부산시 부산진구 범전로10번길 125m 구간은 부산진구청이 매각하기 전까지만 해도 일대 주민들이 수십 년 이용하던 도로였다.

하지만 부산진구청은 주민 여론 수렴 없이 국가재산인 도로를 용도 폐지했고 이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넘겼다. 이어 삼한건설은 용도 폐지된 범전로10번길 일부를 2015년 5월 매수했다.

도로를 없애고 판 부산진구청과 건설업체는 “절차상 문제없다”고 주장하지만 주민들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부산진구청의 행정력은 ‘탁상, 공염불’이라며 시선은 곱지 않은 상태다.

특히 부산진구청이 5억에 매각한 도로를 1년 뒤 8배가 오른 40억원에 매수한 삼한건설은 “무슨 문제가 있나?”라고 하지만 공유면적 가치를 따지면 ‘엄청난 이익을 챙겼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손용구 의원은 “범전로10번길의 존재 여부에 따라 ‘골든뷰 센트럴파크’의 구조가 달라진다”며 “층별(58층)로 땅의 가치를 단순한 논리로 계산해 봐도 삼한은 엄청난 이익을 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라고 주장하며 특혜성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부산시 부산진구 범전로10번길 125m 구간은 부산진구청이 매각하기 전까지만 해도 일대 주민들이 수십 년 이용하던 도로였지만 주민 여론 수렴 없이 국가재산인 도로가 용도 폐지됐다. (제공: 주민 B씨) ⓒ천지일보 2018.10.14
부산시 부산진구 범전로10번길 125m 구간은 부산진구청이 매각하기 전까지만 해도 일대 주민들이 수십 년 이용하던 도로였지만 주민 여론 수렴 없이 국가재산인 도로가 용도 폐지됐다. (제공: 주민 B씨) ⓒ천지일보 2018.10.14

무엇보다 이곳을 지나다니던 주민 불편은 자명함에도 주민 여론 수렴 없이 도로를 폐지하고 처분한 것도 모자라 상위법을 무시하고 허가권을 행사한 하계열 전 구청장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들은 ‘특혜성 허가’라는 여론에 눈 하나 까딱없이 모르쇠로 일관해 오는 실정이다.

보편적으로 아파트 건설 등으로 도로가 막히거나 사라지면 건설업자가 우회도로를 건설해 기부채납하는 게 통상적이지만 부산진구청은 교통영향평가에 범전로10번길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불편은 무시한 채 우회도로를 만들지 않아도 관여치 않았다. 

이런 가운데 도심 중심에 떡하니 자리 잡은 초고층 ‘골든뷰 센트럴파크’ 3개 동은 외부골조 공사는 물론 내부 공사까지 속도를 내며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문제는 도로뿐만이 아니다. 이곳은 기존 전포천이 지나는 곳이었지만 하천점용 허가없이 그 위에 아파트가 건설 중이다.

국토부에 확인결과 “부산진구 범전동 430번지, 431-1번지는 전포천이고 지방하천 하천구역으로 잡혀있어 하천법에 적용된다”며 “위성사진 확인결과 하천의 기능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폐천고시를 하고 건축물을 짓는 것이 맞다”라고 A주무관은 설명했다.

기존전포천 하천점용허가 고시없이 공사중인 모습. (제공: 인근 주민 B씨) ⓒ천지일보 2018.10.14
기존전포천 하천점용허가 고시없이 공사중인 모습. (제공: 인근 주민 B씨) ⓒ천지일보 2018.10.14

국토부 A주무관의 답변대로라면 ‘골든뷰 센트럴파크’ 사업부지(1만 6438.6㎡) 내 전포천(862.3㎡)은 현재 국토교통부 소유며 전포천의 소유권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으로 국가 소유의 하천부지에 민간 아파트가 건립되고 있는 것이어서 염연히 ‘하천법 위반’이 성립되는 대목이다.

도로가 없어지고 하천 위에 건물이 서는데 대해 부산진구청과 부산시의 위법을 주장하며 2년을 넘게 외치고 있는 B씨(60대, 남)는 정보공개 청구내용과 답변, 시정조치를 위한 민원제기로 얻은 정보를 토대로 부산진구청의 행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B씨에 따르면 하천구역에는 ‘하천법 제33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8조의 규정에 의하여 하천 점용허가를 득해야 한다’는 하천점용허가 고시를 충족해야 함에도 이를 무시한 채 부산진구청은 하천구역에 건축물 신축 승인을 내줬다.

그는 “특히 전포천은 아직도 하천구역으로 돼 있어 시에서도 폐천고시가 안 된 엄연한 하천구역”이라며 “그럼에도 하계열 전 부산진구청장은 급하면 ‘의제 상황’이라고 주장하는 등 ‘억측 주장’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또 B씨는 부산진구 범전동 338-39번지 일원(송상현광장 인근)의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조건(삼한종합건설)’에 대해 언급하며 “다음 각 항을 위반한 경우에는 승인권자가 공사중지 또는 재시공 등의 조치를 명할 수 있으며 승인 취소 등 불이익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부산진구청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는 허수아비 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진구 범전동 338-39번지 일원의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조건’에는 ‘사업부지 내 모든 국공유지는 용도 폐지절차를 거쳐 착공 전까지 매수해 소유권을 취득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지금 공사가 한창 중인 지방하천인 기존 전포천(범전동 430번지, 431-1번지)은 용도폐지없이 공사가 진행 중이며 소유권 역시 건설사가 확보치 아니하고도 공사를 착수, 완공단계에 이르렀지만 부산진구청장은 위 항목에 대해 어떤 행정조치도 없이 공사가 진행 중이다.

부산진구 범전동에 사는 한 주민은 “부산진구는 명실상부한 부산 도심의 중심지며 외국인 관광객의 왕래도 잦다”며 “전국을 넘어 아시아에서 손꼽는 시민공원 입구에 초고층의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도 모자라 하천점용허가 고시도 되지 않은 지방하천에 건물이 들어서는 것이 가능하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현실에서 부산진구청이 관리·감독에 뒷짐진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힘없는 주민이 떠안는 ‘탁상공론’ 졸속 행정의 민낯을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한편 B씨는 “이러한 위법성의 내용을 골자로 서은숙 부산진구청장에게 두 차례에 걸쳐 답변을 요구했다”며 “하지만 서 구청장은 지난 7월 ‘B씨의 위법건축 승인 문제 제기에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되기에 신중히 검토하고 있고 책임 있게 얘기하겠다’는 대답과 지난 8월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리겠다’는 추가 답변 외에 어떤 대답도 없어 답답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기존 전포천의 폐천고시 없이 물길이 변경된 전포천과 주민 여론 수렴 없이 국가재산으로 넘겨졌다가 ㈜삼한종합건설에 매각된 범전로10번길. (제공: 정상채 의원) ⓒ천지일보 2018.10.14
기존 전포천의 폐천고시 없이 물길이 변경된 전포천과 주민 여론 수렴 없이 국가재산으로 넘겨졌다가 ㈜삼한종합건설에 매각된 범전로10번길. (제공: 정상채 부산시의원) ⓒ천지일보 2018.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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