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 (사)동아시아평화문제연구소 소장

 

욱일기는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미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을 침공할 때 사용했던 전범기(戰犯旗)로, 일본 국기의 태양 문양 주위에 퍼져 나가는 햇살을 형상화한 것이다. 전범기는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들의 국기와 관련 단체의 상징기를 말하며, 일제의 군기였던 욱일기(旭日旗), 독일 나치당 당기인 하켄크로이츠(Hakenkreuz: 갈고리 십자가 형상), 이탈리아 파시즘의 상징인 파스케스(fasces: 여러 개 자작나무 막대기와 도끼를 묶어놓은 형상) 등이 있다. 독일은 형법에 나치의 ‘하켄크로이츠’가 그려진 깃발이나 제복 등의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파스케스는 본래 로마 집정관의 경호원 휴대품이었는데, 현재 파시즘의 상징으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일본의 해상자위대는 16줄기 햇살, 육상자위대는 8줄기 햇살의 욱일기를 공식 군기로 사용하고 있다. 일본이 1945년 8월 14일 항복을 선언한 후 일본점령군 사령관 맥아더 원수는 8월 30일 도쿄에 도착해 ‘개인과 현 청사 이외에서의 일장기와 욱일기의 사용을 금지한다’는 명령을 하달했다. 하지만 점령군 사령부가 1949년에 이 조항을 해제함으로써 오늘날 한·중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욱일기 문제는 논란이 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10월 10일부터 14일까지 ‘2018 국제관함식’이 1998년과 2008년에 이어 세 번째로 열렸다. 사열식에는 미국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 등 12개국 함정 17척과 우리 해군 함정 24척, 항공기 24대가 참여했다. 우리 해군은 관함식 참가 군함은 자국 국기와 우리 국기인 태극기만 게양하도록 요청했다. 욱일기는 일본의 전범기로서 침략전쟁과 군국주의의 상징인 만큼 우리 국민정서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위대 통합막료장 가와노 가쓰토시는 4일 “해상자위관에게 있어서 자위함기(욱일기)는 자랑이다. 내리고 갈 일은 절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일본은 관함식에 함정을 파견하지 않았다. 

차제에 우리는 욱일기를 게양한 일본 해군함정의 우리 영해 진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욱일기 디자인 상품의 국내 유입도 차단할 수 있도록 입법을 추진해야 하겠다. 만약 일본 해군함정이 욱일기 게양을 고집한다면 우리 해군함정도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제독이 사용해 왜군을 무찔렀던 ‘수자기(帥字旗)’를 게양하면 될 것이다. 

욱일기 게양을 끈질기게 주장하는 일본 해군의 배후에는 아베 총리와 일본의 우익이 버티고 있는 듯하다. 아베는 지난달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선 연임에 성공한 후 자위대를 명기한 헌법 개정안을 곧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일제강점기 35년 동안 조선인을 탄압하고 착취하며, 강제로 징용한 사실을 아직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조선의 여성들을 위안부로 강제 동원해 혹사한 만행도 진정성 있게 사과하지도 않고 10억엔으로 해결하려 들었다. 게다가 일본은 역사를 왜곡해 중·고교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명기했다. 

뉘른베르크 재판을 시작으로 나치전범 응징에 나선 독일은 7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범사실이 확인되면 90세가 넘은 노인도 기소해서 재판을 받게 하고 있다. 그렇게 철저한 역사 청산이 독일을 정치 선진국, 경제 대국으로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일본은 과거 이웃 나라를 침략해 만행을 저지르고도 스스로 인정하고 참회하기는커녕 다시금 군사우월주의를 과시하려 하고 있다. 이제 일본은 국제사회의 건전한 일원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