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양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천지일보 2018.10.14
영화 밀양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천지일보 2018.10.14

서울대 방원일 강사 ‘종교영화’ 분석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세상이 이 모양인데 하느님이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건가?”

기존 종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신정론의 한계가 투영된 종교 영화에 대한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서울대학교 방원일 강사는 9일 배포된 한국종교문화연구소 뉴스레터 글에서 종교와 관련된 영화를 통해 신정론을 분석하고 신앙인들의 종교적 궁금증을 더했다. 신정론은 납득하기 힘든 일들을 겪을 때마다 서구 유일신 신앙을 하는 신도들이 던지는 하느님의 존재에 대한 질문에 대한 신학적 답변을 뜻한다. 방 강사는 “오래된 물음과 답변이지만 문제가 사그라들기는커녕 더 강렬해지고 있는 느낌”이라며 “서양에서는 아우슈비츠 이후에 이 물음이 전면적으로 재검토됐고, 한국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 이 문제를 더 진중하게 끌어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방 강사의 분석에 따르면 신정론을 다룬 대표적인 한국영화는 ‘밀양(2007)’이다. 영화에서 신애(전도연)는 아들 준이를 잃고 나서 “하나님이 계시다면, 그 하나님의 사랑이 크시다면, 왜 우리 준이를 그렇게 내버려두셨나요”라며 신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영화 ‘루르드(2011)’는 성지에서 일어난 기적을 다룬 영화다. 성지순례단을 이끄는 수녀는 성서를 인용해 고난을 당하는 사람에게 논리정연한 신정론으로 상담해주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아무 위로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 오히려 폭력으로 받아질 법한 말이었다.

상황이 극단적일수록 신정론의 울타리는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영화 ‘아뉴스데이(2016)’는 2차대전 때 러시아 군인에 점령돼 집단 강간을 당한 폴란드 수녀원의 이야기다. 많은 수녀가 임신했고, 수녀원에서는 폐쇄를 막기 위해 몰래 의사를 불러 출산하고 심지어는 아이를 몰래 버리기도 했다. 하느님을 믿는 수녀들이었지만 그들은 “길을 잃었다”고 말했다.

현대판 욥이라 할 수 있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시리어스맨(2010)’에서는 답을 찾아 나선 주인공에게 랍비가 해준 말이 인상적이다. 그는 “하느님이 우리에게 답을 줘야 하는 건 아니네”라는 답변으로 공허함을 더했다.

방 강사는 “기존 종교에 대한 불신이 높아가는 시대이기에 신정론이라는 오래된 문제의식이 다시 떠오르는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라며 “영화에서 나타난 다양한 반응들은 전통의 울타리의 가장자리와 그 너머를 배회한다. 기존 종교에 대한 현대인의 시선이 영화에 정직하게 담긴 결과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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