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 한국트리즈경영아카데미 원장

17세 이하(U-17) 여자축구 대표팀이 트리니다드 토바고(Republic of Trinidad and Tobago)에서 열린 U-17 여자월드컵에서 스페인을 2-1로 이겨 결승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 어린 선수들이 추석날 아침에 경기가 열리는 것을 알고서는 카메라가 있는 쪽을 향해 함께 큰절을 올려 경기를 TV로 지켜본 가족 및 팬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트리니다드 토바고’라는 것이 나라 이름이란 것을 난생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베네수엘라에서 11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카리브해 남쪽에 있는 23개의 섬으로 구성된 섬나라이며 인구는 130만 명 수준이고 영어를 국어로 사용한다.

남아메리카에서 아주 가깝지만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문화적, 지리적 특질에 따라 남아메리카 대륙에 속하지 않으며, 북아메리카에 속하는 나라로 분류된다. 한국 교민들도 몇 명 살고 있으며 ‘Golden Bell’이라는 한국 식당도 있다고 한다. 크기는 작지만 영어가 가능해야 살 수 있는 나라다.

한편 모 국회의원의 보고에 의하면 에너지 자원외교의 주요 대상국이자 우리 기업의 진출이 확대되고 있는 아랍권과 베트남에 근무하는 외교관들의 현지어 능력이 크게 부족하다고 한다.

특히 아랍어를 사용하는 국가들 가운데 리비아 이라크 이집트 쿠웨이트 대사관에는 아랍어 가능자가 한 명도 없었으며 아랍권의 경우 57명의 외교관 가운데 14%인 8명만이 아랍어가 가능했다. 유명환 장관을 비롯하여 고위 외교관 자녀 특채 의혹이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외교 활동에서 필요한 현지어와 그 지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게 현재 외교부의 큰 문제로 볼 수 있다. 현지 공관에 근무하는 현지어 가능자의 채용이 절실한 상황이다.

베트남의 경우에도 11명 가운데 1명만이 베트남어 구사가 가능하였다. 백년대계가 필요한 교육 당국의 과거 갈지자 행정이 특수 외국어들의 폐기를 야기시킨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언어 선진국 핀란드를 보자. 핀란드 중학교에서는 영어 수업시간에 간혹 핀란드말을 사용하지만 수업은 대부분 영어로 진행한다. 학생들은 영어 CD를 듣고 선생님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칠판에 영어 작문을 하고, 선생님은 틀린 부분을 설명하는 식으로 수업을 한다.

그런데 이들 학생 모두가 학교 공부 이외에 따로 영어 수업을 받으러 가거나 집에서 영어 과외를 받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학습 성취도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국가 중 영어소통 능력이 가장 뛰어난 나라 중 하나로 핀란드를 들었다. 핀란드 사람들 대부분은 고등학교만 나와도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핀란드어는 한국어, 몽골어 등과 같은 우랄 알타이어족 언어로 전치사와 관사가 없는 등 영어와는 언어구조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다. 즉, 인도 유럽어족인 영어와는 어순이나 문법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잘 가르치기 때문에 핀란드인은 누구나 영어를 잘할 수 있다.

핀란드인 스스로가 밝히는 영어 성공 비결은 어릴 때부터 영어방송을 많이 듣고 자라 영어에 익숙해져 있는 영어 방송이다. 핀란드는 영어로 된 TV 프로그램을 핀란드어 자막만 넣은 채 영어 그대로 방송하고 있다. 어떤 채널은 영어 만화방송을 자막도 없이 하루 종일 내보낸다.

핀란드인들은 어릴 때부터 영어 만화와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영어 발음과 언어구조를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영어를 가르친다. 그리고 핀란드 영어 선생님들은 모두 석사학위 이상이며 영어로 수업을 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핀란드는 10여 년 전부터 자녀가 다닐 학교를 학부모들이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이러다 보니 질이 좋은 교사들이 살아남게 되어 있는 것이다.

공무원 중에서 교사들의 급여가 가장 높다는 것도 특이점이다. 소위 교사에 대한 인적자원관리가 국가적으로 잘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핀란드는 영어뿐 아니라 사교육 없이도 국가가 필요로 하는 중국어 능통자들을 키워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넘쳐 있다.

러시아 등 강대국에 둘러싸인 핀란드가 독립을 지켜나가며 살 수 있는 길은 교육을 통한 우수한 인적자원 양성밖에는 없다고 생각하는 그들을 우리는 벤치마킹하여야 한다. 오렌지가 어떻고 아륀지가 어떻고라고 하여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는 우리나라이지만 핀란드처럼 오늘에 만족하지 않고 내일과 모레의 성공을 위해 진정한 효과가 있는 교육에 주력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막대한 사교육 비용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한국인의 영어 실력 순위는 바닥이다. 영어 못하는 나라에서 벗어나려면 즉, 우리나라의 영어 공교육을 혁신하려면 우선 교육 관계자들이 애국심을 갖고 덤벼야 할 것이다. 현실을 영위하는 데 급급하지 말고 무엇이 진짜로 국가에 도움이 되는가 마음을 비우고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토익 점수가 중요한 게 아니고 영어를 할 줄 아는 게 중요하다고 항상 강조하는 내가 경영학 수업 교재를 원서로 택하여 강의하는 것은 학생들로 하여금 영어의 생활화를 실천하게 하고자 함이다.

학생들에게 노래방에 갈 경우에도 팝송을 불러보라고 권한다. 핀란드식 영어 교육은 영어의 일상화이다. 머리 따로, 가슴 따로 공부하는 게 아니라 둘 다 함께 사용하며 공부하는 것이다.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바탕으로 국가 입장에서 필요한 기타 외국어 전문가 양성을 서둘러야 국력이 강해질 것이다.

세계 무대에서 놀려면 당연히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외국어 능력은 물과 공기와 같은 글로벌 시대의 생존 필수품이다. 만약 기발한 방법이 없다면 성공한 나라 핀란드를 껌딱지처럼 벤치마킹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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