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민필지’ 세계 최초 한글 교과서 제작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한글날 564돌을 맞아 호머 헐버트를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121년 전, 호머 헐버트는 세계에서 최초로 한글로만 쓴 교과서 ‘사민필지’를 엮었으며, 한국인보다 한글을 더 아끼고 사랑한 미국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는 5일 종로2가에 위치한 YMCA강당에서 ‘한국인보다 한글을 더 사랑한 미국인 헐버트’라는 주제로 헐버트가 한글 발전에 남긴 큰 업적을 살피고 기리는 학술 토론회를 열었다.

‘사민필지’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주제발표를 한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는 “헐버트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글로 ‘사민필지’란 교과서를 집필했다”며 “이 사실은 한글 역사뿐만 아니라 인류 문명사에서도 중대한 일”이라고 말했다.

호머 헐버트는 1886년(고종 23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세운 서양식 학교인 육영공원의 외국어 선생으로 왔다. 1891년까지 교사로 일하는 동안 한국을 아주 좋아하게 돼 한글로 교과서를 만들고 한국 역사책도 쓰는 등 조선이 잘 될 길을 열려고 애쓴 인물로 그려졌다.

그는 육영공원 교사 계약이 끝난 뒤 잠시 미국에 갔다가 돌아왔으며, 우리 국민 교육에 힘썼고 고종황제를 도와 일본 침략에서 조선을 지키려 노력했다.

이 대표의 말에 따르면 헐버트가 한글을 빚내는 데 이바지한 일은 다양하지만 그 중 스스로 한글을 배우고 한국 최초로 한글로 교과서를 제작했다는 것이다. 헐버트는 육영공원에서 학생들에게 외국어뿐 아니라 지리와 서방 세계 물정을 가르치면서 한글로 된 교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헐버트는 조선 땅을 밟은 지 3년 만에 세계지리, 천체, 각국의 정부 형태와 인구 등을 한글로 써 교과서로 사용했다. 그리고 책 이름도 선비와 백성이 모두 알아야 할 책이라는 뜻으로 ‘사민필지(士民必知)’라고 지었다.

이 대표는 “그가 영어로 한글이 얼마나 빼어난 글자인지 나라 밖에 알리는 논문을 쓴 사실도 중요하다”며 “한글을 4일 만에 깨우치고 3년 만에 한글로 교과서를 썼다는 점은 한글이 얼마나 배우고 쓰기 쉬운 글자인지 증명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현복 서울대 교수는 “헐버트가 자신의 논문에서 ‘조선어는 대중연설에 적합한 말’이라고 밝혔다”며 “조선어는 공명과 모음이 풍부한 언어이며, 모음을 어머니로 자음을 아이라고 부른 데서 알 수 있듯 모음이 인간 언어의 핵심이란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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