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정정법회 대표 설조스님(87)이 정정법회 개원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안국동 해영빌딩 3층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설조스님은 40여일 단식으로 설정 총무원장 사퇴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던 인물이다. ⓒ천지일보 2018.10.12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정정법회 대표 설조스님(87)이 정정법회 개원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안국동 해영빌딩 3층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설조스님은 40여일 단식으로 설정 총무원장 사퇴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던 인물이다. ⓒ천지일보 2018.10.12

‘정정법회’ 개원 앞둔 설조스님

 

“94년 개혁회의 부의장 당시
조항 못 고친 것이 한이 돼”
단식하며 재정투명성 강조

“조계종, 회개 운동해야 한다”
“은닉행위 실정법대로 처리”
목소릴 낼 사부대중 동참 촉구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조계종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41일간 곡기를 끊었지만, 사람 하나 바뀌었을 뿐 종단은 변화하지 않았습니다. 교단이 맑아지려면 강제로라도 재정투명화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제도 실현을 위해 죽는 날까지 외치겠습니다.”

설조스님(88)이 조계종의 부조리한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정정법회라는 간판을 내걸고 나섰다. 천지일보는 정정법회 개원을 앞둔 설조스님을 만나러 서울 종로구 안국동 해영빌딩 3층에 위치한 사무실을 찾았다. 설조스님은 40여일 단식으로 설정 총무원장 사퇴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던 인물이다.

“내가 봤을 때 우리 교단의 돈 관리는 대한민국 내에서 최악”이라고 말한 설조스님은 “종교투명성제도를 강제로라도 규정하지 않으면 조계종은 결단코 맑아질 수 없다”며 “정관을 고쳐서 강제로라도 재정을 투명하게 하려고 공개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와 관련해 설조스님은 “이번에 새 총무원장으로 당선된 원행스님도 재정투명성제도에 대해선 한마디도 안 했다”며 “이런 체제에서 덕 본 사람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잠시 25년 전의 일을 회상하던 설조스님은 “94년 개혁회의 부의장을 지냈을 당시 재정투명성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조항을 고치자고 했는데 80명 중 18명이 찬성, 62명이 반대했다”며 “몇 날 며칠이라도 끌면서 의사봉을 치지 말았어야 했는데, 조항을 고치지 못한 것이 내 죄다”고 개탄했다.

설조스님은 95년도 불국사 주지를 지내면서도 재정투명의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설조스님의 설명에 따르면 천태종과 진각종 같은 경우 불자들이 낸 성금을 초기 단계부터 공개해 그 돈이 중앙으로 다 올라가게 한다. 중앙 통리원에서는 교당(敎堂)의 필요액을 내려보낸다. 특히 진각종 같은 경우 모든 교단의 수익은 철저히 공개해서 적절한 운영자금을 배정한다.

설조스님은 이와 관련해 “타 종단처럼 조계종도 재정이 투명해지길 바라며 40여일간 단식했다”며 “그러나 오히려 단식 기간 조계종의 적폐를 더욱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스님이 단식하는 기간에 찾아온 MBC PD수첩 PD는 방송내용은 많이 걸러진 것이라며 드러나지 않은 실상은 더 있다는 말을 했다고 설조스님은 전했다.

이에 대해 설조스님은 “요즘 적폐 세력들이 새롭게 뭉쳐서 앞으로도 계속 종단을 이끌겠다는 기사들을 보면, 내가 했던 단식이나 일반 불자들의 외침이 저들의 면역성을 더 키워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조스님은 “교단의 부패를 바라지 않는 교단 구성원들이라던가 일반 사회 인사들의 외침이 더욱 커지고 요구가 더 높아지면 부패 세력들은 붕괴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총·칼을 들고 있는 독재자 폭군들도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스님은 “설사 내 생전에 저들이 퇴진을 목격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나의 외침은 계속될 것”이라며 “적폐 대상자들은 퇴진해서 자기 삶도 바르게 회복해야 하고 사회의 짐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설조스님은 적폐대상으로 ▲부처님 말씀대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 ▲신도들이 헌금한 성금을 마음대로 훔쳐 쓰는 사람 ▲패거리를 만들어 잘못된 부를 축적하는 사람 ▲숨은 처자식을 먹여 살리는 사람 ▲국내 도박장이 좁다고 해외원장 도박까지 하는 사람 ▲교단을 계속 나락으로 이끌어 가는 사람 ▲정치와 종교는 분리돼야 한다며 의혹을 받는 스님들을 조사하지 않는 사람 등을 꼽았다.

특히 설조스님은 정교분리에 대해 “이 제도는 정치권력에 의해서 종교의 교리나 전통이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이라며 “정치인들의 욕망 때문에 범죄자들이 숨어서 종교를 혼란스럽게 하고 사회를 부패하게 만드는 것까지도 외면하자고 만든 제도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번 정권 역시 정치가 어떻게 종교의 일에 관여하냐고 한다”고 말한 설조스님은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부정한 적폐들과 은밀히 연루돼 있어서 모면하고자 그런 궤변을 하는 사람이라고 감히 확언한다”며 “관여해 달라는 게 아니라 교단의 은닉행위를 하는 적폐들을 실정법대로 처리해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설조스님은 스님의 역할에 대해 “승려들은 수행인이며 불자들을 이끄는 반려인이기 때문에 교단과 사회 전반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며 “조계종이 이런 책임을 감당하기 위해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걱정이지만, 제자리 찾기 운동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조계종의 시간은 어지럽지 않고 시민들이 기대했던 교단이었을 때로 돌아가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회개운동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이처럼 조계종이 병이 들었는데 본인들은 모르고 있다”며 “더 끔찍한 것은 조계종의 적폐를 보고도 사람들이 분노할 줄 모르는 것”이라고 탄식했다.

이에 대해 사부대중에게 스님은 “우리 교단 스님들은 자신들의 병을 스스로 모른다”며 “얼마나 길을 잃었는지 얼마나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 자각을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스님은 “그들이 잘못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스님들뿐 아니라 불자, 일반 지성인들은 지속해서 종교의 건전함을 갈망하는 목소리를 크게 외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불자들의 분노와 변화되길 희망하는 열망은 아직 식지 않았다”며 “계속 그 열정이 발열되도록 하자”고 사부대중의 동참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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